병역 기피 혐의로 입국이 금지된 가수 유승준 (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ㆍ42)이 국내 새 앨범 발매를 추진하다 ‘암초’를 만났다. 싸늘한 여론을 이유로 음반 유통사들이 줄줄이 그의 앨범 유통을 포기해서다.
유승준의 국내 신작 발매 소식은 그가 21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 새 앨범 재킷 사진으로 보이는 사진을 올리면서 급속도로 퍼졌다. 유승준은 ‘어나더 데이’가 적힌 사진과 함께 ‘11.22.18’이란 글을 올렸다. 앨범 발매에 앞서 신곡을 공개하는 날짜였다.
가요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승준은 ‘어나더 데이’를 포함해 4~5곡이 실린 미니 앨범 발매를 추진하고 있다. 발라드곡인 ‘어나더 데이’는 가수 H-유진이 프로듀싱했다. ‘어나더 데이’를 들어본 음악계 종사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승준이 자신의 옛 선택을 반성하는 내용의 노래였다”고 귀띔했다. 유승준은 미국 하와이에서 ‘어나더 데이’ 뮤직비디오 촬영도 마쳤다.
하지만 유승준은 신작 발매를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유승준의 신작을 극비리에 유통할 예정이었던 음반 유통사 A는 이날 오후 갑자기 유승준 앨범 유통을 포기했다. 유승준 신작 발매 소식이 전해지자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인 탓이다.
A 관계자는 “유승준 앨범 유통을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튜브에 올렸던 ‘어나더 데이’ 티저 영상도 내렸다. A가 유승준의 신작 유통을 이날 포기하면서 ‘어나더 데이’의 22일 국내 온라인 음원 사이트 서비스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승준이 신작 유통에 ‘쓴맛’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또 다른 음반 유통사 B 관계자는 “유승준 측으로부터 새 앨범 유통 제안을 받고 검토를 하긴 했지만, 내부 논의 끝에 유통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승준은 대형 음반 유통사를 중심으로 한 두 달 전부터 국내 신작 유통을 추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앨범 발매와 음원 공개 뿐 아니라 신곡 뮤직비디오 유통도 ‘안갯속’이다. 음반 유통사 관계자에 따르면 유승준 측이 신곡 ‘어나더 데이’와 뮤직비디오를 보내와 방송사에 뮤직비디오 심의를 요청했으나 방송사에서 난색을 표했다. 유승준에 대한 여론이 워낙 냉담해 그의 콘텐츠 유통에 관계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유승준은 2007년 앨범 ‘리버스 오브 YSJ’를 국내에 낼 때도 비난 여론에 부딪혀 작은 음반 유통사를 통해 앨범을 내야 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에 따르면 유승준 측은 신작 발매 관련 유통 협조 요청을 이날까지하지 않았다. 가수가 앨범을 내려면 인세 지급 등의 문제로 반드시 음저협에 신작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
1997년 데뷔한 유승준은 ‘가위’, ‘나나나’, ‘열정’ 등의 노래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02년 1월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병역 기피 논란에 휩싸였다. 법무부는 2002년부터 유승준에 입국 제한 조처를 내렸다.
국내 활동이 막힌 유승준은 2015년 인터넷 방송으로 “어떤 방법으로든 두 아이와 함께 떳떳하게 한국 땅을 밟고 싶다”고 호소하며 사죄했으나 그에게 등 돌린 여론은 쉬 돌아서지 않았다. 유승준은 입국을 허락해 달라며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을 상대로 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2016년 1심에 이어 지난해 2심에서도 패소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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