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조정소위 구성 놓고… 여야 접점 못 찾고 힘겨루기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의 ‘국회 보이콧’이 지속되면서 새해 예산안 심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470조원 규모 슈퍼 예산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예산안 심사 기한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예산안 심사의 핵심인 증액ㆍ감액을 결정해야 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구성조차 못하고 있어 부실 심사가 우려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6일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불참으로 전날 본회의가 열리지 못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와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어제 두 보수 야당이 보이콧을 해서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야당이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를 문제삼아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고 있어 정기국회가 매우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원내대표를 지낸 3선의 우상호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국 헌정 사상 가장 황당한 보이콧”이라고 꼬집었다. 우 의원은 “어제 의원총회에서 홍 원내대표의 보고로는 자기(야당)들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체면을 봐서 조명래 장관 한 명은 날려달라고 했는데, 못한다고 그랬더니 국회를 보이콧했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수 야당은 국회 보이콧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하면서도 여당과 청와대에 국회 파행 책임을 넘겼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일부 언론은 야당의 고질적 국회 파행이라고 하는데, 야권 교섭단체가 결기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안되는 참담한 상황을 누가 만들었냐”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은 생색내고 청와대는 하나마나한 인사기준을 면죄부 기준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납득 가능한 인사검증 기준을 다시 만들라”고 촉구했다. 두 야당은 국회 일정 복귀 조건으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해임과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여당이 공공기관 고용세습·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수용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국회 파행으로 예산안 심사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여야 모두 정국 상황과는 별개로 예산안 심사는 계속한다는 원칙에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조정소위 구성 문제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예산안 증ㆍ감액 심사마저 기약없이 중단됐다. 15명 안팎의 소위 인원 구성을 놓고 여당은 비교섭단체 몫 1석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14인 또는 16인 구성안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관례에 따른 15명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교섭단체 1석을 넣으려면 바른미래당 몫이나 여당 몫을 빼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예산안 심사가 졸속으로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산 법정처리 시한인 내달 2일 이후에도 예산안 처리를 마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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