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서 참여했어요.” 가수 보아는 24일 첫 방송하는 SBS 새 예능프로그램 ‘더 팬’에서 이름도 생소한 ‘팬 마스터’가 됐다. ‘더 팬’은 여느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심사위원들이 심사평을 하고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국내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추천하는 가수 지망생 15명이 노래로 경쟁을 벌이면, 경연에 대한 심사위원 투표와 ‘바이럴 집계’(SNS에서의 전파 정도)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참가자가 우승을 하는 방식이다. ‘팬 마스터’ 4명이 한 표씩 행사할 수 있고, 심사는 아니어도 참가자를 평가하는 언급 정도만 한다는 점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포맷 따라 하기’ 등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디션 프로그램 열기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들이 오디션 프로그램 만들기로 분주하다. MBC는 ‘프로듀스 48’처럼 프로젝트 아이돌그룹을 만드는 포맷을 따라가고 있다. 지난 3일부터 방영된 MBC ‘언더나인틴’은 10대 청소년 참가자 57명을 보컬, 랩, 퍼포먼스 등으로 나눠 경합을 벌이게 한 뒤 최종 9명을 선발해 데뷔시키는 프로그램이다. KBS는 올해 ‘중고 신인’ 아이돌이 경쟁을 벌인 ‘더 유닛’(2월 종방)과 10대 댄스 배틀을 담은 ‘댄싱하이’(10월 종방)를 선보이며 오디션 열기에 가세했다. 지상파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적은 좋지 않다. ‘언더나인틴’은 2회(10일 방송) 방송에서 시청률 1.7%(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했고, ‘더 유닛’은 3.5%, ‘댄싱하이’는 1.5%로 막을 내렸다.
저조한 시청률에다 아이돌 인권 문제까지 불거지는데도 지상파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손해 볼 위험이 작기 때문이다. ‘더 유닛’과 ‘언더나인틴’은 기획사 MBK 엔터테인먼트의 김광수 대표가 공동제작했다. 방송가에 따르면 김 대표가 제작비의 50~70% 이상을 투자해 방송사의 제작비 부담이 적다. K팝이 글로벌 콘텐츠로 각광을 받으면서 음반기획사들은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 적극적이다. 지상파 방송의 한 예능프로그램 PD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회당 3~5억원의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도 이를 어느 정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지상파로서는 버릴 수 없는 카드”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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