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시험 18과목 문제 유출… 쌍둥이 부녀 검찰에 넘겨
비교과ㆍ수행평가 개입 정황도… 정시 확대 요구 거세져
숙명여고 정기고사 시험문제·정답 유출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12일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앞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회원들이 전 교무부장과 쌍둥이 딸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53)씨와 그의 쌍둥이 자녀를 모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숙명여고의 시험문제 유출은 아버지 A씨의 어긋난 부정(父情) 만이 아니라 자녀들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사 결과를 접한 숙명여고 학부모를 비롯한 전국 고교생 학부모들은 ‘사필귀정’이라고 환영하면서도, 숙명여고 사태가 단순히 A씨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입시제도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수시 전형의 불공정성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 제기에 눈과 귀를 닫아 온 교육당국이 이번에도 어물쩍 넘어간다면 학종과 수시에 대한 불신은 점점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2일 쌍둥이 자매에게 시험지와 정답을 사전에 유출한 혐의(학교 학업성적관리 업무방해)로 A씨를 구속 기소, 정답을 외워 시험에 응시한 자매는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모두 5차례 시험에서 18과목의 문제 유출이 있었다며 △접착식 메모지에 적힌 정답 목록 △동생 휴대폰에서 발견된 영어 시험문제 정답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1학년 1학기만해도 전교 121등(언니ㆍ문과), 59등(동생ㆍ이과)이던 자매 성적은 2학년 1학기에는 각각 문ㆍ이과 1등으로 수직 상승했고 주요 교과목 성적 우수상도 휩쓸었다. 시험 출제와 관계 없는 A씨는 시험지 보관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고, 시험지를 금고에 보관한 당일 야근을 서는 등 학교의 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측은 최근 자퇴서를 제출해 논란을 불렀던 자매에 대해 퇴학을 사실상 확정했다. 숙명여고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전 교무부장 자녀들의 성적 재산정(0점처리) 및 퇴학을 결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으며 A씨의 파면도 징계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쌍둥이가 퇴학 징계를 받고 성적이 무효화되면 이들로 인해 피해를 봤던 다른 학생들의 성적이 재산정 된다.

하지만 시교육청 감사 결과 아버지 A씨가 심사한 교내 미술대회에서 자매가 수상을 하는 등 각종 비교과ㆍ수행평가 영역에도 개입한 정황도 적지 않다. 만약 이 같은 ‘비교과 몰아주기’가 반복됐다면 숙명여고 2학년 학생들이 받은 보이지 않는 피해는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숙명여고 학부모들이 “비교과, 수행평가, 시상내역 등 지난 10년 간의 내신비리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수사 결과로 고교 내신, 나아가 이를 토대로 하는 수시와 학종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숙명여고 문제가 빙산의 일각일 뿐, 제보가 쉽지 않아 묻힌 비리는 더욱 많을 것”(박소영 정시확대학부모모임 대표)이라는 분노가 들끓는 양상이다. 조창환 좋은교사운동 교육정책연구소장은 “학교 성적처리실에 이중잠금장치를 한다는 학업성적관리지침 조차 지난 상반기 광주 B고교의 시험지 유출사건 이후에야 만들어졌다”며 “이처럼 고사관리도 허술한데다, 학생부 기록에는 실제 하지 않은 활동까지 기재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시 확대 요구가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올해 고2 학생들이 치르는 2020학년도 대입의 경우 4년제 대학 모집인원 중 77.3%가 수시 모집에 해당한다. 교육당국은 2022학년도 대입 개편에서도 정시 비중을 찔끔 확대하는데 그쳤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이날 수사 결과 발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내신과 학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그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라며 “이 기회에 수능시험이 ‘깜깜이’ 학종보다 훨씬 공정하고 객관적이라는 것을 알리는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학과 교수는 “비교과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정하다고 생각됐던 내신 평가의 문제가 세상에 드러난 것은 현행 제도에 총체적으로 무너졌다는 것”이라며 “교사의 평가권에 대한 외부 개입은 물론 학생부 위주의 입시제도 공정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