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사학 폐쇄성이 사태 더 키워

숙명여고 정기고사 시험문제·정답 유출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12일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앞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회원들이 "교장, 교사의 성적 조작죄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험관리와 사후조치 등 학사 행정에 심각한 불신을 초래한 숙명여고 사태는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사학법인과 학교 보호에만 급급한 의사결정 구조가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는 시험문제 유출 의혹 직후 학부모들의 공분을 산 학교 측의 안일한 대응에서도 잘 드러난다. 경찰이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가 무혐의로 판단한 전임 교장은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우리 스스로만 깨끗하고 공정하게 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관행적으로 (다른)교사 자녀가 재학했을 때 학업성적관리와 결재에서 배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출 의혹이 제기된 초기 홈페이지 공지, 가정통신문, 교내방송 등을 통해 “시험 유출은 사실이 아니며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며 쌍둥이를 감싸는 취지로 대응했다.

이처럼 학교 측이 사건 은폐와 축소에 골몰했던 이면에는 사학법인 특유의 폐쇄성과 견제 부재를 드러낸다. 12일 본보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숙명여중ㆍ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명신여학원의 이사 10인(이사장 포함) 전원이 숙명여고 졸업생이다. 그 중 7명의 이력은 숙명여고와 관련된 △초대 설립자인 이정숙 장학회(동문 장학회) 이사 △동창회장 △교장ㆍ교사로 이뤄져 있고, 외부에 개방해 공공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개방 이사 3자리도 전 숙명여고 교장, 이정숙장학회 이사와 감사 등 관계자가 꿰찼다. 학교경영을 감시해야 할 감사 2명도 올 1월 외부 감사 1명을 신임하기 전까진 줄곧 동문이 맡았다. 2000년 이후 역임한 11대 교장부터 현 14대 교장까지 교장 4명 역시 모두 숙명여고 출신이었다.

사학비리를 폭로해 학교에서 해고됐던 김형태 전 서울시의회 의원은 “학연으로 구성된 사학재단에서는 선후배 관계에 따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온정주의와 학교 보호주의가 작동하기 쉽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외부기관이 견제를 하려 해도 사립학교법 앞에선 무력하다. 현행법상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징계권과 인사권을 사학법인이 갖고 있다. 교육부나 교육청이 중징계를 요구해도 법인이 봐준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명신여학원은 문제유출 의혹의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그제서야 지난달 이사회에서 정관상 교원 직위 해제와 해임 사유에 ‘형사사건으로 기소’를 추가했다. 사건 핵심 관련자인 전 교무부장을 징계하기 위한 정관 개정이다

학부모들은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숙명여고와 사학재단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숙명여고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태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학교 측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전ㆍ현직 교사 자녀에 대한 전수 특별감사 등 철옹성 숙명 담장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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