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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또 뵐 것, 나중에” 여운 남긴 김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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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또 뵐 것, 나중에” 여운 남긴 김동연

입력
2018.11.09 01: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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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결위서 ‘마지막 소감’ 주문에 발언… “정치적 의사결정 위기” 언급 이어 정계 입문설 분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9일 중 교체 방침을 확정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회의에서 “국회에서 또 뵐 것”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전날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라는 발언 논란까지 제기됐던 김 부총리가 실제로 정치권 입문 의지를 굳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내일 후임자가 발표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오늘이 국회에서 마지막으로 발언하시는 날이 아닌가 싶은데 소감이나 대한민국 경제와 발전을 위한 말을 바란다’고 묻자 “기획재정위도 있고, 제가 가정법을 써서 말씀 드린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금년도 예산에 있어 최선을 다해 마무리를 책임지고 하겠다고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또 뵐 거다. 나중에. 감사하다”라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의 발언은 신임 경제부총리가 임명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는 등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전까지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마지막 소임을 잘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날 현재 경제상황을 ‘정치적 의사 결정의 위기’라고 언급했던 그가 또 다시 현 정권과 고의로 각을 세우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말을 남기자, 교체 이후 모종의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로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2016년 제가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김 부총리를 우리 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다”며 “이 나라를 위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 김 부총리의 지혜를 빌려달라”고 영입제안까지 했다.

전날 김 부총리의 ‘정치적 의사 결정의 위기’라는 발언은 그 진의를 놓고 8일 내내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김 부총리는 뒤늦게 ‘정치권 협치’를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일각에서 경질설이 나오면서 사실상 청와대를 겨냥한 작심 발언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도 김 부총리 발언을 진의 파악 보단 당리당략에 따라 제멋대로 요리했다.

김 부총리는 7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위기가 아니냐’는 이장우 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제가 지금 위기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정치적 의사 결정의 위기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경제 수장이 ‘정치적 의사결정’이 문제라고 지적한 대목은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일부 언론은 ‘소득주도성장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향한 것’ 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최고위층의 경제정책 결정 과정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라고 강변했다.

파문이 커지자 김 부총리는 이날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 발언은 현 경제 상황에서 경제와 관련한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야를 뛰어넘는 협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취지였다”며 “경제에서만큼은 이념, 프레임 논쟁에서 벗어나 여야가 경제연정까지 생각할 정도로 토론해달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일부 언론을 향해 “어떻게 제 얘기를 그렇게 해석해서 쓸 수 있는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기사”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 부총리의 해명에도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일각에선 김 부총리의 해명조차 ‘그 자체가 매우 정치적인 치고 빠지기식 행보’로 평가했다. 사실 세종 관가에선 김 부총리가 자신의 경력을 관료로 끝내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가 자자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 발언을 했을 때 야당과 언론에서 ‘청와대와 각을 세웠다’는 해석을 내놓을 것이라고 김 부총리가 예측하지 못했을지 의문”이라며 “누구보다 정무 감각이 뛰어난 김 부총리가 교체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다음 행보를 본격화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날 정치권에서도 김 부총리 발언이 화두였다. 야당은 청와대를 공격하는 근거로 삼았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제 위기 근원에는 청와대가 있다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채익 의원도 예결위에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거들었다.

반면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 실장을 포함한 최고위층 논의에서 만들어진 소득주도성장, 정부정책 실현을 위한 규제개혁 입법, 경제구조개혁 입법 등 경제 분야 개혁법안들이 국회로 왔는데 국회에서 결정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에선 일부 언론이 경제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김 부총리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었던 2014년7월 돌연 사의를 표명한 과정도 새삼 부각되고 있다. 당시 국무조정실은 그가 사표를 낸 이유를 격무로 인한 건강상 문제와 부인의 건강악화 때문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국무조정실에서 근무했던 한 공무원은 “김 실장은 내쳐질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며 ”바깥에 나가 한 템포 쉰 뒤 더 높은 곳으로 가려는 포석으로 다들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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