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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이달 금리 인상 ‘강공 모드’

입력
2018.11.07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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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에 올해 마지막 금통위 “가계대출 부실ㆍ집값 거품 방지 급선무”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6일 2018년 9월 국제수지(잠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6일 2018년 9월 국제수지(잠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사실상 우리 경제의 하강 국면 진입을 인정한 가운데 한국은행은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강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돈줄을 죄면 안 된다는 반론은 있지만 가계ㆍ자영업 대출 부실 우려와 주택가격 거품 등 금융 불안을 미연에 방지하는 게 급선무라는 게 한은 입장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30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내년 추가 금리 인상 신호가 나올 지로 옮겨가고 있다. 한은 내부에선 한 차례 금리 인상으론 충분하지 않다는 기류가 강하지만, 올해보다 더 비관적인 내년 경기 전망을 감안하면 추가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한은이 6일 공개한 지난달 금통위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를 제외하고 발언이 공개된 위원 6명 가운데 4명이 금융불균형 심화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금융불균형이란 특정 부문에 자금이 쏠리거나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으로, 해당 부문에서 가격이 꺼지거나 대량 부도가 일어나면 금융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

A위원은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나고 이 때문에 금리 인상을 할 수 없게 되는 ‘부채함정’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B위원은 “그간의 저금리 기조가 경기진작엔 기여했지만 그 과정에서 부동산 부문에 레버리지(부채)가 누적되면서 수요를 견인하는 효과가 점차 줄었다”고 분석했다. C위원도 “개인사업자 대출도 부동산ㆍ임대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고 경계했다. 이 총재 역시 공개 석상에서 가계부채 급증과 수도권 집값 폭등 문제를 지적해온 점은 감안하면, 금통위 내부에서 금리를 올려 가계나 주택시장에 자금이 쏠리는 걸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된 셈이다.

한은은 이달 기준금리 인상이 이미 시장금리엔 반영돼 있는 만큼 시중자금 흐름이 급격히 위축될 일은 없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9월 시중은행 대출금리(잔액 기준)는 연 3.66%로, 한은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지난해 11월 대비 0.22%포인트 상승했다. 오히려 시장 기대와 달리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금리 정책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우려다.

한은은 나아가 내년에 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는 데도 부심하고 있다. 이 총재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 올리는 게 긴축은 아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올릴 수 있을 때 충분히 올려둬야 금리 인하를 경기부양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자국 경기 호황을 바탕으로 내후년까지 5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을 예고한 터라 한은 입장에선 내외금리차 확대도 방관할 수 없다.

그러나 한은이 이달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 추가 인상 의지를 보다 분명히 밝힌다 해도 막상 내년에 금리를 올릴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 소비 등 부진한 내수가 되살아날 만한 계기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데다 수출 또한 반도체 가격 하락 우려로 호황 국면이 지속될지 불투명하다. 더구나 내년 물가상승률은 한은의 관리 목표인 2%를 밑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다면 금리를 인상할 명분은 더욱 약해진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여전히 잠재성장률(연 2.8~2.9%)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 또한 경기 하강기에 금리를 올리는 ‘모순’에 대한 설명으론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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