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10대 여성 신도들을 꾀어내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은 목사를 처벌해 달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청원자는 확인된 피해자만 20명이 넘으며 해당 목사가 “간통죄도 폐지된 마당에 천명의 여자랑 자도 나는 무죄”라는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뒤 필리핀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XX ***교회, A** 목사를 처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한 교회의 실명을 언급하며 “A목사는 전도사 시절부터 목사가 되기까지 10년간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중고등부, 청년부 여자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루밍 성범죄를 저질러 왔다”고 주장했다. 그루밍(Grooming)이란 성관계를 목적으로 아동, 청소년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청원자는 A목사에게 피해를 입은 신도가 최소 2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자 대다수가 미성년자 때 피해를 입어 처벌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청원자는 “성범죄가 있던 때 피해 아이들은 미성년 시기였다. 현재는 모두 20대 초반 성인이 됐다”며 “미성년법이 적용되지 않아 혼인빙자 간음, 위계에 의한 성폭행 외엔 처벌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적었다.
청원자는 A목사 아버지가 A목사의 범죄를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도 했다. 문제의 교회에서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A목사 아버지가 권력을 이용해 피해자들의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청원자는 “A목사 아버지는 아들인 A목사의 성범죄 사실을 덮기 위해 피해 아이들을 이단으로 몰았으며, 교인들을 통해 회유하거나 외압을 가했다”며 “A목사는 자신의 성범죄에 문제를 제기한 교회 교인에게 ‘간통죄도 폐지된 마당에 나는 천명과 자도 무죄’라는 천인공노할 말을 서슴없이 일삼았다”고 썼다.
현재 A목사는 성범죄 의혹이 제기된 이후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자는 “정상적 절차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지 못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청와대 청원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며 “다시는 이러한 파렴치한 목사들이 목사의 신분으로 교회와 교인들을 기만하며 성범죄와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목사직을 박탈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청원은 6일 오후 2시까지 네티즌 6,6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한편, A목사로부터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있는 한국기독교회관에서 A목사의 범죄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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