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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개혁 마지막 기회] 정당 득표율 25.5%, 실제 의석은 41%... 민심 왜곡 30년째 방치

입력
2018.11.05 04:40
수정
2018.11.05 15:4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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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례성ㆍ대표성 확대가 첫발

병립형 단순비례대표제, 사표 양산해 정치 냉소주의 키워

선거구제 변화에 따른 정당별 의석 수 시뮬레이션. 강준구 기자
선거구제 변화에 따른 정당별 의석 수 시뮬레이션. 강준구 기자

우리 선거제도의 고질적 병폐는 ‘죽은 표’(사표ㆍ死票)가 많다는 점이다. 민심을 따르는 국회를 꾸리기 위해 4년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르지만, 선거 후 꾸려지는 국회의 의석 수는 유권자 표심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 정당이 얻은 표보다 많은 당선자를 배출하는 반면 다른 정당은 득표율에 턱없이 못 미치는 의석을 얻는 데 만족해야 한다.

지금의 선거제도는 1987년 당시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했던 노태우(대구ㆍ경북) 김영삼(부산ㆍ경남) 김대중(호남) 김종필(충청) 등 대권후보 간 정치공학적 타협의 산물이다. 소(小)지역 내 승자독식 구조로,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인 ‘1인 1표제’, 비례성과 대표성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 영ㆍ호남 지역주의에 기댄 정치가 고착화된 배경이자 유권자의 정치 불신이 쌓이는 근본적 이유 중 하나다.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크지만, ‘민심 그대로’보다는 ‘지금 이대로’가 다음 선거에 유리하다고 생각한 정치권은 요지부동이다. 앞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을 목청 높여 외치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 목소리를 낸다. 특히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비판이 높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사회 각 분야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 지지가 높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원내 5당(정의당)이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은 지금이야말로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선거 때마다 1,000만표가 사표...비례성ㆍ대표성 한계

선거 때마다 발생하는 사표는 평균 1,000만표가량으로 추산된다.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표보다 많다. 시민단체 비례대표제포럼이 앞서 13~19대 총선을 분석한 결과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자가 획득한 표는 평균 987만 8,727표였다. 반면 낙선자들이 얻은 표는 1,023만 2,362표였다. 사표가 35만 3,635표나 많다는 계산이다.

20대 국회에서도 주요 정당이 총선에서 얻은 정당 득표율과 최종 획득한 의석 수는 큰 괴리를 보인다.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 정당 득표율은 새누리당(33.5%) 더불어민주당(25.5%) 국민의당(26.7%) 정의당(7.2%) 기독자유당(2.6%) 순이었다. 반면 차지한 의석 비율은 민주당(41.0%ㆍ123석) 새누리당(40.7%ㆍ122석) 국민의당(12.7%ㆍ38석) 정의당(2%ㆍ6석) 순이었고, 나머지는 무소속 몫(3.7%ㆍ11석)이었다. 거대 양당은 과다 대표되는 반면 군소정당은 과소 대표된 결과다.

현행 선거제도 불비례성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국회입법조사처가 올해 2월 내놓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20대 총선을 지역구 소선거구제를 유지한 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한다고 가정했을 때(초과의석 허용) 정당별 의석 비율은 민주당 34.3%(110석), 새누리당 32.7%(105석), 국민의당 25.9%(83석), 정의당 7.2%(23석)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득표율로 당선이 가능한 구조, 1등에게 간 표가 아니면 모두 사장되는 선거제도는 유권자 표심은 물론 투표성향 자체를 왜곡한다. 유권자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찾기보단, 당선 가능성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전략투표가 대표적 예다. 국회의장실이 지난해 9월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10명 가운데 2명 이상은 사표를 방지하기 위해 다른 후보자에게 투표한 경험이 있다(23.9%)고 답했다. 지지 후보자가 당선 가능성이 낮아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기권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도 15.0%에 달했다. 현행 선거제도가 정치 냉소주의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선거제도 개혁, 비례대표제 개편이 핵심

현행 병립형 단순비례대표제를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역대 국회에서 끊이지 않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비례대표 의석 비율 확대가 핵심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5년 2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지역구ㆍ비례대표 비율 격차를 2대 1로 줄여 의석 수를 각각 200석과 100석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내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낮은 비례성, 지역패권적 정당체제 고착화 등의 문제를 들어 중ㆍ대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 선거제도 개편을 거듭 제안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운용 중인 독일은 우리나라와 같은 지역구 소선거구제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해 비례성ㆍ대표성의 한계를 보완한다. 구체적으로 전국을 16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정당은 선거에서 획득한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을 배분 받는다. 배분 받은 의석과 지역구 당선자 숫자의 차이만큼 비례대표 의석이 주어진다. 지역구 당선자가 배분 의석 규모를 초과하면 그만큼 의원정수가 늘어나는 초과의석을 허용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50대 50으로 하고, 석패율제도 함께 적용해 지역 대표성을 보완한다. 석패율제에서는 한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출마하는 것이 허용된다. 텃밭이 아닌 험지에 출마했다 패한 후보자를 비례대표로 구제할 수 있도록 해 지역주의 벽을 허무는 시도가 가능케 하는 장점이 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공직선거법 개정안 상당수도 비례대표제 개편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조정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의원 정수 비율을 2대 1로 조정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적용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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