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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속의 어제] 상점 7000곳 파괴, 깨진 유리가 수정처럼... 행동으로 옮겨진 反유대

입력
2018.11.04 20: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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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전 獨 나치 주도 ‘수정의 밤’

지난달 피츠버그 참사도 한 뿌리

美 신나치 ‘대안 우파’ 합류한 탓

1938년 오스트리아 합병을 승인하던 날 독일 베를린 국회의사당 라이히스탁의 모습. 오스트리아와 수데텐란트를 병합한 독일은 외국 국적 유대인 추방에 박차를 가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38년 오스트리아 합병을 승인하던 날 독일 베를린 국회의사당 라이히스탁의 모습. 오스트리아와 수데텐란트를 병합한 독일은 외국 국적 유대인 추방에 박차를 가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38년 ‘크리스탈나흐트’ 직후 깨진 상점 유리창의 모습. 위키미디어 공용
1938년 ‘크리스탈나흐트’ 직후 깨진 상점 유리창의 모습. 위키미디어 공용

민족주의의 극단화한 형태인 파시즘은 내부의 소수자를 겨냥해 탄압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동력을 유지한다. 나치 독일 정권의 최초 표적은 유대인이었다. 나치의 유대인 탄압이 본격화한 것은 1938년 11월 9일, ‘크리스탈나흐트(Kristallnachtㆍ수정의 밤)’부터다.

사건 2일 전인 7일 독일계 유대인 헤르셸 그린슈판은 프랑스 파리 주재 독일 대사관의 3등 서기관 에른스트 폼 라트를 저격했고 라트는 9일 사망했다. 라트의 사망 소식은 언론을 통해 빠르게 독일로 전파됐고 반유대주의 정서를 자극했다. 나치당원에 의해 하룻밤 새 유대인 상점 7,000개 이상과 백화점 29개, 1,400개 이상의 유대교 예배당 및 기도실이 파괴됐다. 직후 유대인만 3만명이 체포돼 다하우ㆍ부헨발트ㆍ작센하우젠 수용소로 보내졌다.

유대인 상점의 깨진 앞유리가 수정처럼 빛났다 하여 이날 밤에 ‘수정의 밤’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나치 정권은 피해를 유대인에게 보상하는 대신 손해 복구 비용을 모두 유대인에게 부담해 사실상 그들의 자산을 고스란히 몰수했다. 결국 탈출할 수 있는 유대인 10만명 이상이 세계 각국으로 도피했고, 남은 유대인은 수용소를 거쳐 1940년대 홀로코스트로 목숨을 잃거나 고통스럽게 삶을 이어갔다.

독일인에게 반유대주의 정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들이 나치의 차별정책에 동조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혐오가 폭력으로 가시화한 충격은 컸다. 일반 시민은 물론 나치당원들조차 유대인을 구하려 나선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반유대주의를 이념화하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나치 정권의 독주를 저지하지 못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트리오브라이프 유대교 예배당을 표적으로 한 총기 난사 사건 역시 유대인 혐오가 폭력으로 비화한 사건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건 직후 “이 시대에 반유대주의적 행동이 남아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말하는 트럼프 대통령 그 자신은 유대인 사위(재러드 쿠슈너)를 맞은 인물이다.

하지만 온라인매체 쿼츠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유대주의는 홀로코스트 이후 서구에서 절대 공개적으로 꺼내선 안 되는 금기어였지만 그렇다고 사라진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대안 우파’ 사이로 끼어든 신나치주의자들은 이미 지난해 샬러츠빌 집회에서 “유대인은 우리 자리를 빼앗을 수 없다”는 반유대주의 구호를 외쳤다.

유대인의 지위는 부유한 백인 특권층으로 분류되지만,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극우가 민중을 선동하기에 손쉬운 표적이 된다. 이런 면에서 반유대주의는 분명 다른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는 다르며, 이 때문에 대안 우파에게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특정 인종에 대한 감정과 연결시키는 것은 결국 더 가난한 소수자로 폭력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뿐이라고 지적한다. 나치 홀로코스트의 표적이 유대인에서 집시ㆍ장애인ㆍ성소수자로 번진 역사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미국 피츠버그 트리오브라이프 유대교 예배당 앞에 희생자의 이름이 적힌 임시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피츠버그 트리오브라이프 유대교 예배당 앞에 희생자의 이름이 적힌 임시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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