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의 악몽은 없었다. 넥센 사이드암 선발 한현희(25)가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했다.
한현희는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SK와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6피안타(2홈런)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한현희에 이어 오주원-안우진-이보근-김상수로 이어지는 불펜진이 뒷문을 꽉 잠그며 넥센은 SK를 3-2로 제압했다.
2패로 탈락 위기에 놓였던 넥센은 안방에서 기사회생했고, 한현희는 포스트시즌 데뷔 첫 선발승과 함께 3차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는 기쁨을 누렸다. 반면 홈런 외 득점 방식이 실종된 SK는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두 팀의 4차전은 31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넥센은 좌완 이승호, SK는 우완 문승원을 4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이날 한현희의 어깨는 무거웠다. 한화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이닝 4피안타 4실점(3자책)으로 제 몫을 못했다. 시즌 막판부터 이어진 부진이 가을 야구에서도 계속 되며 팀에 고민을 안겼다. 또 한 경기만 더 지면 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되는 경기에서 올해 14승을 올린 국가대표 잠수함 투수 박종훈(27ㆍSK)과 선발 맞대결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한현희는 물러서지 않았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앞선 경기의 부진은 그것으로 끝났다”며 “이번엔 보시면 알겠지만 (지난 등판과) 아주 다를 것”이라고 이를 악물었다. 그의 말대로 이날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며 SK 강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0-0으로 맞선 2회초 상대 4번 제이미 로맥과 5회초 2사 후 8번 강승호에게 솔로 홈런을 맞긴 했지만 앞선 등판 때와 달리 자신 있게 공을 뿌렸다.
넥센 타선은 한현희가 실점을 하자마자 곧바로 전세를 뒤집는 적시타로 힘을 실어줬다. 0-1로 끌려간 2회말 2사 2ㆍ3루에서 안방마님 주효상이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역전 2타점 적시타를 쳤다. 또 2-2 동점이 된 5회말엔 선두 타자 김혜성이 우중간 3루타로 포문을 열고 2번 송성문의 외야 희생 플라이로 다시 달아났다. 3-2 리드를 지킨 넥센은 한현희가 6회초 1사 만루 위기에 몰리자 왼손 불펜 오주원을 올렸고, 오주원은 박정권 대신 타석에 선 정의윤을 병살타로 요리해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이후 안우진과 이보근, 김상수가 1이닝씩 책임지며 승리를 지켰다. 플레이오프에 이날 처음 선발 출전한 리드오프 김혜성은 결승 득점을 포함해 3타수 2안타로 활약했고, 첫 주전 마스크를 쓴 주효상 역시 안정된 투수 리드와 2타점 적시타로 돋보였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경기 후 “내일이 없는 시리즈에서 홈 경기를 한번 더 할 수 있어 기쁘다”며 “믿음이란 표현을 쓰고 싶고 보답한 선수들이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패장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상대 투수들의 공이 좋았다”면서 “6회 만루 같은 상황이 다시 오더라도 같은 작전을 쓰겠다. 정의윤에 대한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한현희는 “내 뒤에 (오)주원이 형이 잘 막아줘 나도 좋은 기록을 냈다”며 “(고척돔은) 많은 경기를 치러 익숙하고 마음도 편하다. 마음 같아선 4차전도 던지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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