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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독박육아’가 남녀 임금격차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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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독박육아’가 남녀 임금격차 키운다

입력
2018.10.29 04:40
수정
2018.10.29 07: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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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여성이 출산 후 육아를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저임금 일자리로 이동하면서 남성에 비해 근로 여건이 악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성의 임금은 출산 1년 후 남성의 70% 수준까지 떨어지고 20년이 지나도 출산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보육 지원 정책을 갖춘 덴마크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라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출산에 따른 근로 여건 악화가 더욱 심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재정포럼’ 10월호에 소개된 헨리크 클레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덴마크 여성은 출산 전엔 연령, 학력, 직종 등의 조건이 동등한 남성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았지만, 아이를 낳을 경우엔 출산 첫 해 받는 임금이 동등한 남성보다 30%가량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엄마가 됐다는 이유로 임금이 원래의 70% 수준으로 급락하는 셈이다.

연구팀은 출산 후 여성 임금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노동시장 참여율 △노동시간 △시간당 임금을 꼽았다. 여성이 출산 후 육아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휴직 또는 퇴직하거나, 노동시간이 짧고 임금이 낮은 일자리를 선택하면서 남성과의 임금 격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임금 저하를 감수하고 보다 육아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일자리로 ‘자발적 이직’을 한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연구팀은 출산 여성이 이들 세 지표에서 손해를 보는 현상을 ‘출산 불이익(Child penalty)’이라 명명했다.

특히 세 지표 중 ‘시간당 임금’은 출산 이후 서서히 회복돼 10년 후 남성의 90.9%에 도달했다가 20년이 지난 시점엔 87.6%로 도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출산 10년 후 남성 대비 87.1%로 떨어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출산 20년 후엔 90.0%로 회복되고, 노동시간 또한 같은 기간 90.3%에서 93.2%로 개선된 것과 대조적이다. 여성들이 출산 후 노동시장으로 복귀하더라도 예전의 임금 수준을 보장 받긴 어렵다는 의미로, 출산 불이익이 취업 기회보다 임금 측면에서 보다 오래 지속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구원은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남녀 중위임금 격차가 34.6%(2017년 기준ㆍ덴마크 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 충분한 정책적 함의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그간 정부가 육아로 인해 발생하는 부담의 ‘총량’을 줄이는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여성만 육아에 매달리는 상황을 바꿔 노동시장 내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한수 부연구위원은 “남녀가 육아휴직을 교차 사용하거나 부부간 유연ㆍ탄력 근무제를 번갈아 사용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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