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사요크, 트럼프 열성 지지자로 드러나
26일(현지시간) ‘소포 폭탄’ 사건의 용의자 시저 앨티어리 사요크 주니어(56)가 체포됐다. 아직까지 범행 의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사요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로 드러났다. 미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수사당국이 압수한 그의 흰색 승합차 창문은 친(親)트럼프, 친 공화당 메시지가 담긴 스티커로 뒤덮여 있었다.
사요크는 지난 22일부터 발견된 민주당 및 진보 진영 유명인을 대상으로 보낸 ‘소포 폭탄’의 실행범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소를 담당하게 된 맨해튼 연방검찰은 5가지 연방범죄 혐의로 그를 기소했으며 재판에 따라 최대 48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 그의 의심스런 소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는 없었지만 크리스토퍼 레이 FBI국장은 “이 장치는 장난이 아니다. PVC 파이프와 작은 시계, 배터리, 회선과 폭발성 물질로 구성돼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언론 사우스플로리다 선 센티널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북쪽 아벤투라 출신인 사요크는 잘 알려진 전과자다. 과거 절도, 약물 판매, 폭력, 공갈 등의 혐의로 최소 10회 체포된 바 있다. 2002년에는 플로리다주의 발전소를 폭발시키겠다는 협박을 했다가 체포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력이 있다.
아직까지 사요크의 범행 의도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로 극단화된 미국 정치권 논의의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는 다수 발견되고 있다. 온라인매체 복스는 사요크의 한 트위터 계정에서 소포의 표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사요크는 기업인 조지 소로스가 올해 2월 발생한 플로리다주 마조리 스톤먼 고교 총기난사 사건 생존자 데이비드 호그를 ‘재난 전문 배우’로 고용해 총기 규제 지지 운동을 일으켰다는 음모론을 공유하는 등 ‘대안우파’식 음모론의 강력한 지지자였다. 또 민주당뿐 아니라 생전 트럼프 대통령과 맞선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 등 공화당 정치인도 비난의 표적으로 삼았다. 사요크는 2016년 투표자 등록에서 스스로를 공화당 지지자로 분류했다.
다만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부분도 많다. 우선 몇몇 정황증거에도 불구하고 용의자의 진짜 의도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또 비록 조잡하기는 하지만 공격 의도로 만든 소포 폭탄이 하나도 작동하지 않아, 단순히 겁을 주기 위해서 발송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또 공범이나 더 발송된 소포 폭탄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국장은 이날 지금까지 발견된 의심스런 소포를 13개로 확인했다. 이 가운데 3개는 사요크가 체포된 26일에 발견됐다. ‘트럼프 저격수’로 유명한 뉴저지주의 코리 부커 민주당 상원의원, 캘리포니아주의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상원의원, CNN방송 패널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비판적인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DNI)이 표적으로 확인됐다. 이후 미국 언론은 민주당 후원자인 기업가 톰 스테이어 역시 비슷한 폭탄 소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11월 6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용의자를 빠르게 추적한 사법당국을 칭찬하고 “공포를 유발하는 모든 행동은 이 나라에서 살 자리가 없다”며 미국인의 평화 공존과 통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곧이어 민주당과 가짜 여론조사,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국제주의자’를 차례로 거명해 비판하며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에 집중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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