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반 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33)가 생방송 중에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24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회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서 40분간 진행된 패널토의에 깜짝 등장한 빈살만 왕세자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은 악랄한 범죄이며, 모든 사우디인과 인류에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세계에 생중계된 국제 행사에서 육성으로,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며 자신을 향한 세간의 의혹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공개 석상에서 이 사건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그의 입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혹은 아델 알주바이 사우디 외무장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졌을 뿐이었다.
이날 해명은 짜여진 각본처럼 이뤄졌다. 먼저 패널 토의의 사회를 맡은 바셈 아와달라 요르단 전 재무장관은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행사 주제와는 무관한’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는 진상을 밝히는 모든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범죄를 저지른 배신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터키 당국과 (수사) 결과를 내기 위해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며 “정의가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준비된 듯한 답변을 내놨다.
이어 그는 “많은 이가 이번 사건을 악용해 사우디와 터키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는데, 살만 폐하와 나 왕세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있는 한 양국간 불화는 없다”고 덧붙였다. 청중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앞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연일 이번 살해가 사우디 정부의 발표와 달리 계획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진상을 규명해 범인들을 터키 법정에 세워야 한다며 사우디를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선 왕세자가 해명을 통해 정면 돌파를 택한 배경을 두고 터키와 사우디 왕실 간에 ‘물밑거래’의 사전 정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 행사 시작 전에, 터키 소식통을 인용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절차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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