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에서 드러난 채용비리 및 고용세습 의혹을 계기로 공공기관 전체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자유한국ㆍ바른미래ㆍ민주평화 등 야 3당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이 ‘사실관계를 외면한 정치공세”라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는데다, 야 3당과 보조를 맞추겠다던 정의당마저 국정조사의 방향에 의구심을 표시하며 발을 빼고 있어 유야무야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야 3당만으로 조사 요구서를 밀어붙여도 그런 식의 일방적 국정조사는 가능하지 않다. 여야가 취지와 범위를 놓고 더 치열하게 토론해 접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야 3당은 22일 제출한 ‘공공기관 고용세습 진상규명을 위한 국조 요구서’에서 “서울교통공사의 불공정한 정규직 전환이 취업 준비생들의 직업선택 권리를 박탈한 것은 물론 국민의 안전을 담당할 직원 채용에서 안전을 실종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의당도 “노동의 정의와 청년의 미래를 바로세우기 위해 노조든 경영진이든 의혹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며 동참 의사를 밝히고 강원랜드 채용비리도 함께 조사하자는 조건을 내걸었다. 한국당 등은 정의당의 요구를 ‘뜬금없는 물타기’라고 비판하면서도 여당 압박 차원에서 수용할 뜻을 내비쳤다.
문제는 민주당의 어정쩡한 태도다. 일단 야당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채용비리 사실관계를 왜곡했거나 침소봉대한 대목이 많은 만큼 해당 기관의 해명 등 국정감사 진행 결과를 지켜본 뒤 국정조사 여부를 결정하자는 논리다. 이런 인식의 바탕에는 야당이 채용비리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무기로 삼아 대대적인 정치공세를 펼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정의당이 발을 빼는 것도 야 3당의 의도가 채용비리 규명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자체를 흠집 내는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촛불의 도덕성 위에 세워졌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청년 취업 준비생들의 좌절과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당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공방이나 시간끌기로 적당히 덮거나 넘어가려다가 엄청난 역풍을 자초하지 말고 선제적으로 문제에 다가가라는 뜻이다. 국정조사를 전격 수용한 뒤 방법은 추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