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사설] 아랍의 엄혹한 언론 현실 드러낸 카슈끄지 암살 사건

알림

[사설] 아랍의 엄혹한 언론 현실 드러낸 카슈끄지 암살 사건

입력
2018.10.25 03:48
0 0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이 국제적인 공분을 부르고 있다. 지난 2일 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 방문 뒤 일어난 실종 사건을 수사해온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23일 중간 수사 결과, 총영사관을 방문한 카슈끄지를 사우디에서 입국해 미리 준비하고 있던 15명이 “계획적으로 살해”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 정권의 범행 관련성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다국적 독립수사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사우디 정권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측근이 살해를 지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사건 초기부터 사우디 정부의 해명은 이와 사뭇 달랐다. 실종 사실이 알려진 뒤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던 사우디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20일 국영통신을 통해 카슈끄지의 “사망”을 확인했지만 말싸움 끝에 치고 받는 싸움이 벌어져 숨졌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정부 당국자들이 언론 인터뷰에 응해 살해는 맞지만 범행을 저지른 사람들의 만행일 뿐이라며 정권과 선을 그었다. 해명이 그때마다 바뀌니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카슈끄지는 알아랍 방송국장 겸 주필, 사우디 신문 ‘알와탄’ 편집주간 등을 지냈고 오사마 빈 라덴 인터뷰와 워싱턴포스트 칼럼 등으로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언론인이다. 애초 사우디 왕실과도 나쁘지 않은 관계였지만 언론 자유를 앞세운 활동으로 여러 차례 탄압을 받았고 1년 전 미국으로 옮겨 현 사우디 체제에 비판적인 칼럼을 써왔다. 이번 사건은 그처럼 영향력 있는 언론인조차 정치권력의 제물이 될 만큼 열악한 아랍 언론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피살 당한 언론인은 세계적으로 30여명에 이른다. 분쟁지역 사건도 있지만 정치인ㆍ기업인 비리를 추적하다 의문사한 언론인도 있다. 언론 탄압으로 투옥된 이는 260여명에 달한다. 카슈끄지는 숨지기 직전 집필해 사건 뒤 게재된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아랍 세계는 권력자들이 만든 철의 장막에 갇혔다”며 “냉전기 자유유럽방송이 유럽공산국에 자유의 메시지를 전한 것처럼 아랍에도 그런 조직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사우디 정부 비난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나아가 아랍 여러 나라를 포함한 독재국가에 언론의 자유가 숨쉬도록 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