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집권 기독민주당ㆍ기독사회당(CDUㆍCSU) 연정의 한 축인 CSU가 14일(현지시간) 치러진 남부 바이에른주 선거에서 과반 의석확보에 실패했다. CSU는 출구조사 결과 35.5%를 득표해 제1당 자리는 지켰지만, 이 곳에서 반세기 이상 터줏대감 노릇을 해온 걸 감안하면 참패나 다름없는 성적표다.
이에 따라 앙겔라 메르켈(64) 독일 총리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대연정의 또다른 축인 사회민주당(SPD) 역시 중도좌파의 약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CSU마저 지지기반을 상실한다면 대연정이 와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일 우파를 대표하지만 CSU는 총선에서 바이에른주에서만 후보를 내는 지역정당이다. 그러나 바이에른주에서의 영향력 약화는 단순히 지역정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지역이 독일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고 BMW, 아우디, 지멘스 등 독일 대표기업의 본사가 밀집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1954년 이래 처음으로 40% 이하를 득표한 CSU의 몰락은 충격적이다. 지난 2013년 선거에서 CSU의 득표율은 48%로 연정 없이 단독집권했다.
패배원인은 CSU가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의식, 강경한 이민정책을 내걸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바이에른주는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이민자들이 들어오는 통로라 반이민 정서가 강하지만, AfD가 초강경 반이민 기조를 내건 상황에서 CSU의 변화가 유권자의 반향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CSU는 공공장소에 십자가를 걸도록 하고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공약까지 내걸었지만, CSU의 우파성향 지지자들은 AfD를 찍었다.
반면 과거 CSU를 선택했던 좌파성향 지지자들의 표심은 녹색당을 향했다.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18.5%를 득표, 일약 제2당으로 도약했다. 대연정의 또다른 축인 SPD는 2013년 선거의 절반 수준인 9.5%를 득표,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ㆍ11%)보다도 낮았다. 좌파성향 지지자들이 SPD 대신 녹색당을 찍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9월 총선에 이어 전후 독일정치를 지배해왔던 주요 정당들이 이번 바이에른주 선거에서도 몰락하면서, 메르켈 총리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CDU와의 연정을 애초부터 탐탁치 않아했던 SPD의 좌파성향 지지자들이 동요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인리히 오버로이터 파사우대 언론대학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바이에른주 선거 결과는 필연적으로 메르켈이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르켈 총리의 또 다른 시험대는 28일 치러지는 헤센주 선거다. 지난 18년간 CDU가 제1당을 차지해왔던 지역으로, 이곳에서마저 수성에 실패한다면 메르켈 총리는 집권 4기 출범 7개월만에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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