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추경 편성으로 기회 써 버려

정부가 유류세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008년 정부는 기름값에 포함된 세금 10%을 인하한 바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이르면 내달부터 유류세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2008년 이후 10년 만이죠. 기름값이 연일 오르면서 서민 부담이 커진 데 따른 민생안정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인하 폭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과거 사례처럼 유류세가 10% 낮아질 경우 휘발유는 리터당 82원, 경유는 57원, LPG는 21원이 각각 내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의 명분을 서민 부담 경감과 경기 활성화로 내세웁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세수 초호황에 국고로 들어올 돈을 조정하려는 목적도 없잖습니다. 올해 세금은 예상보다 훨씬 많이 걷히면서 8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23조7,000억원이 더 들어왔습니다. 서민 경제는 잔뜩 움츠러들고 있는데 세수만 ‘나홀로 호황’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죠.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고 기업들은 고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취업 준비생들도 아우성인데 정부 곳간에만 돈이 지나치게 많이 쌓이고 있습니다. 정작 어려울 때 돈을 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실 정부도 당장 국고 자물쇠를 풀고 싶은 마음이 ‘굴뚝’입니다. 하지만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돈을 풀 결정 권한이 국회에 있기 때문이죠. 이미 지난 5월 일자리ㆍ산업위기지역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 터라 또 다시 국고를 열어 추경을 하기엔 부담스럽습니다. 추경 편성과 국회 통과, 실질 집행까지 시간도 걸려 2차 추경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정부 관계자도 “돈을 풀긴 해야 하는데 2차 추경은 도저히 편성할 여건이 못 된다”고 말했습니다. 1조2,000억원 규모의 예비비도 소진됐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세금 인하입니다. 때마침 유가도 지속적으로 올라 정부로서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죠. 유류세 규모는 연간 25조원 안팎으로 6개월간 10%를 인하할 경우 1조2,500억 세수감소 효과가 예상됩니다. 인하폭을 확대하거나 인하 기간을 늘리면 세수감소 폭도 커질 겁니다. 시행령만 개정하면 돼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정부는 우리 경제를 “엄중한 상황”이라고 밝히면서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효과에 대한 고민 없이 땜질 정책만 내놓아선 곤란합니다. 지난 7월 승용차에 대한 개별소비세(개소세)를 연말까지 인하(5%→3.5%)했죠. 하지만 개소세 인하의 경기활성화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게 중론입니다. 애초부터 자동차 구입 의사가 있었던 사람들과 재고를 해결한 완성차 업체만 혜택을 누렸다는 비판도 적잖습니다. 유류세 인하도 ‘고소득층에 더 큰 혜택이 됐다’(2012년 한국지방세연구원)는 분석이 많습니다. 모두가 박수 치지만 국가경쟁력엔 도움이 안 되는 선심성 정책보다는 지금은 욕을 먹더라도 약이 되는 정책을 내 놓아야 한다는 지적을 곱씹을 필요가 있습니다.

세종=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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