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청와대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화를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고용부 장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친전(親展)까지 보내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묵살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최근 고용노동부 방하남 전 장관과 정현옥 전 차관을 잇달아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이들은 2013년 10월 정부가 해직자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규약을 시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할 당시 고용부 장ㆍ차관을 지냈다. 당시 고용부는 ‘부당 해고된 조합원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고 명시한 전교조 규약 시정 명령을 내리고 전교조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에 따라 ‘노조 아님’ 통보를 했다.
방 전 장관 등 고용부 수뇌부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고용부가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반대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측은 △시행령을 통한 법외노조화의 문제점 △전교조 가입한 해직교사 수가 미미한 점 △1999년부터 지속된 전교조가 법외노조화할 경우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점 등을 들어 반대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이 법외노조화를 강행하려 하자 방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에게 전교조 법외노조화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정리해 ‘친전’ 형태로 호소했지만 끝내 묵살됐다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가 이후에도 전교조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억누르려 한 정황은 곳곳에 드러난다. 2014년 9월 22일자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 결과 문건을 보면,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서울고법 판단을 문제 삼고, “대법원에서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을 취소하도록 고용부, 교육부와 함께 최대한 대응하라”고 고용복지수석과 교육문화수석에게 지시했다. 같은 해 12월 3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대외비) 문건에도 “(박근혜 청와대가 전교조 사건을) 헌재의 통진당 위헌정당해산심판 사건과 함께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문건에는 “재항고 인용 결정은 양측에 윈윈의 결과가 될 것”이라며 “통진당 위헌정당해산심판 선고기일 이전에 (재항고 인용 여부) 결정 → 극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이라고 검토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최근 검찰은 김종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을 불러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와 청와대가 고용부의 재항고 이유서를 대필해주는데 관여한 정황을 추궁하고, 당시 청와대ㆍ대법원의 재판 거래를 수사하고 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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