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이 한반도를 할퀴고 간 태풍 콩레이에 집중타를 맞았다. 5, 6일 이틀간 309.5㎜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이유가 크지만 저지대 침수로 5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정박한 어선 10여척이 바다로 떠내려가는 등 인재도 지적되고 있다.
7일 경북도에 따르면 태풍 콩레이로 영덕읍에 383.5㎜의 폭우가 내리면서 주민 A(83)씨가 집 앞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또 영덕에는 바다와 가까운 강구면을 중심으로 건물 1,409동이 침수되면서 이재민이 314세대 501명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 6일 강구시장 일대에는 성인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주민들이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강구초교는 담벼락이 군데군데 무너졌고 저지대인 강구면 오포2리에도 빗물이 성인 목 높이까지 차오르면서 가재도구가 물에 둥둥 떠다녔다.
7일 상당수 주민들은 전기도 끊긴 집에서 진흙과 쓰레기로 덮인 가재도구를 손질해 햇볕에 말리느라 구슬땀을 흘렸고, 시동이 걸리지 않는 차량 운전자들은 애간장을 태웠다.
강구초교 행정실 정유정(40ㆍ행정7급)씨는 “일요일에도 교직원 20여명이 나와서 교실과 복도를 청소하고 있다”며 “태풍 때 복도에 물이 발목까지 차 오른데다 교무실에 있는 컴퓨터 등 전자제품들도 피해를 많이 입어 언제 복구가 끝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덕군은 강구시장 맞은편 배수펌프장 2곳에서 분당 60톤의 물을 빼내는 펌프 4대를 가동했으나 인근 하천의 물이 넘쳐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영덕군 관계자는 “영덕에 최근 이렇게 많은 비가 갑자기 내린 적이 없어 배수펌프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저지대 침수피해를 막는 대책부터 새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항에서는 로프에 묶어 정박했던 어선 15척이 바다로 떠내려갔고 영덕지역 농경지도 217㏊가 침수되거나 매몰됐다. 어선들은 인근 오십천의 하천 퇴적물과 부유물이 떠내려와 걸리면서 무게를 못 이겨 로프가 끊어진 탓에 떠내려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북 영덕지역에 피해가 컸던 것은 태풍 콩레이의 진행경로와 가까운데다 지형적 요인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콩레이는 6일 낮 12시 기준 울산 북북서쪽 약 30㎞ 육상을 지나 12시40분 경북 포항 앞바다를 통해 동해로 빠져나갔는데 강풍반경이 330㎞에 달하면서 영덕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갔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태풍이 영덕군 서쪽에 자리잡은 주왕산과 부딪히면서 지형적으로 비구름대가 발달해 해당지역에 300㎜가 넘는 많은 비를 뿌렸다”며 “태풍의 이동속도도 시속 50㎞를 넘어 빠르게 이동하면서 영덕에도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20m에 달하는 강풍이 불었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태풍 콩레이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2명, 실종 1명으로 최종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재민은 281세대, 470명으로 경북 영덕군 이재민(251세대, 418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경북과 강원지역 주택 1,326동이 완전히 물에 잠겼고, 전국 농경지 660ha가 침수되거나 비바람에 작물이 쓰러지는 피해를 입었다.
영덕=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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