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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13> 인도-네팔 영토분쟁, ‘칼리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줬나

입력
2018.10.05 17: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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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팔 국경에 위치한 칼리강과 칼라파니 분쟁 지역/ 사진=이코노미스트 캡처)
인도-네팔 국경에 위치한 칼리강과 칼라파니 분쟁 지역/ 사진=이코노미스트 캡처)

힌두교 신화에 나오는 검은 여인 ‘칼리’는 죽음과 파괴의 여신이다. 네팔과 인도의 국경선 역할을 하는 칼리강은 바로 이 신의 이름에서 따왔는데, 강의 소유권을 두고 분쟁하는 두 국가의 모습을 예견한듯한 명칭이다.

칼리강은 상류 구간에서 네팔의 마하칼리(Mahakali) 주와 인도의 우타라칸드(Uttarakhand) 주의 경계를 이룬다. 네팔은 칼라파니 지역 서쪽이 칼리강의 본류이므로 네팔 마하칼리 주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인도는 칼라파니 동쪽이 칼리강의 본류이므로 인도 우타라칸드주에 속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똑같은 강을 네팔에서는 ‘마하칼리’강이라 부르지만 인도에서는 ‘사르다’(Sharda)강이라고 부른다. 칼라파니는 히말라야 산맥 해발 3600m 지점에 있는 지역으로 칼리강의 발원지다.

세계의 영토분쟁은 식민지 시대에 근원하는 경향이 짙다. 칼라파니 분쟁도 마찬가지다. 네팔은 19세기 초 무역협약을 체결한 영국 동인도회사와의 갈등으로 1814년 앵글로ㆍ네팔 전쟁에 휘말렸다. 전쟁에서 패한 네팔은 영국과 ‘수가울리 조약’(Treaty of Sugauli)을 체결 했는데 당시 이 조약으로 인도와 네팔 경계선에 칼리강이 위치하게 됐다. 하지만 이후 2차대전 이후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한 뒤 상황이 바뀌었다. 두 나라가 만든 지도에서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빚어졌다. 그러면서 칼리강 주변 지역에 대한 분쟁이 본격 시작됐다.

물론 분쟁을 해결해보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1996년 2월 인도와 네팔이 마하칼리강을 공동으로 공유하는 ‘마하칼리 조약(Treaty of Mahakali)’을 맺은 게 대표적이다. 이 조약으로 마하칼리강 주변의 인도와 네팔 땅이 강의 수자원을 공동 소유할 수 있게 됐다. 또 두 나라는 마하칼리강에서 수력발전 프로젝트(PMP, Pancheswor Multipures Project)를 시작하기로 했다. 네팔의 판체슈와르(Pancheswor) 지역의 이름을 딴 PMP 개발은 두 나라 사이의 평등한 상호 이익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당초 75년간 지속되는 것으로 체결된 조약은 곧 새로운 갈등을 낳았다. 인도측은 마하칼리 3번 조항을 지적하며 프로젝트 개발의 수위조절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양국이 이미 협의한 조약에 따르면, 개발 과정에서 마하칼리강 유역 사용량은 상대 국가에게 명시하지 않고 소비될 수 있으며 어느 한 쪽이 기존 사용량에 대한 ‘보상’ 차원 에서 추가 사용을 요구할 수 없다. 때문에 때늦은 인도의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힘들 전망이다. 강물 사용량으로 이어진 두 나라의 새로운 갈등 속에서 칼리 여신은 과연 어떤 결말을 내릴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정우기자 전근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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