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급격히 약세로 방향을 틀면서 일본 증시도 27년 만의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열린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 아베 신조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하면서 ‘아베노믹스’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일본 증시에서 니케이 지수는 2만4,110.96에 마감했다. 9월 이후에만 5.4%, 미중 무역전쟁 우려에 따른 엔화 강세로 니케이 지수가 2만 선을 위협받던 3월 23일(2만617.86)에 비해서는 16.9% 상승했다. 니케이 지수가 2만4,000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1991년 11월 이후 26년 10개월 만이다.
최근 일본 증시 강세는 엔화 약세가 이끌고 있다. 이달 1일 기준 엔ㆍ달러 환율은 1달러당 113.96엔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는 일본 내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호재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을 1달러당 110엔으로 적용해 실적을 추정한 기업이 많은 만큼 엔저가 이어지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8월까지만 해도 1달러당 110~111엔 사이를 움직였던 엔화 환율이 급격히 떨어진 것은 아베 총리의 연임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다. 아베노믹스의 한 축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 등 통화 완화 정책이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전날 개각을 단행하면서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의 유임을 결정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기준금리 인상을 전후해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3%대로 올라선 것도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미국과 일본의 시장 금리차가 벌어진 것은 엔화보다 달러화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요인이다.
일본 증시의 호황 지속을 가늠할 변수는 미국 금리인상 속도와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가능성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지속하면서 신흥국 위기설이 다시 불거지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엔고→일본 증시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일본으로 튈 경우에는 일본 수출 기업에 악재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대일본 무역적자 규모(690억달러)는 중국, 멕시코에 이어 3위여서 미국이 일본에 대한 보호무역을 강화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 조작국 보고서도 이달 중 예정돼 있어 ‘관찰 대상국’인 일본의 엔화 환율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아베의 3선 성공은 이미 엔화에 반영된 상태”라며 “무역 분쟁이 더 격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화가 추가로 약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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