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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개천절 국중대회 20년 만에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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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개천절 국중대회 20년 만에 부활

입력
2018.10.0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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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동 조자용민문화연구회 대표가 1일 박물관 입구에서 속리산 개천절 국중대회를 재개하는 취지와 박물관 복원사업 경위를 밝히고 있다. 그는 “민학자 조자용의 혼이 깃든 박물관을 복원하는 것은 잊혀져가는 우리 민속문화를 되살리는 길”이라고 했다.
이만동 조자용민문화연구회 대표가 1일 박물관 입구에서 속리산 개천절 국중대회를 재개하는 취지와 박물관 복원사업 경위를 밝히고 있다. 그는 “민학자 조자용의 혼이 깃든 박물관을 복원하는 것은 잊혀져가는 우리 민속문화를 되살리는 길”이라고 했다.

1980~1990년대 속리산에서 열리던 개천절 국중대회(國中大會)가 20년 만에 부활한다. ‘조자용 민문화연구회’는 3일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조자용민문화관(옛 에밀레박물관)에서 ‘왕도깨비 하늘을 열다’란 주제로 속리산 개천절 국중대회를 연다. 국중대회란 고대 우리 민족의 제천행사를 일컫는다. 민속연구가인 고(故) 조자용(1926~2000)박사는 1983년 속리산에 에밀레박물관을 연후 매년 개천절마다 국중대회를 열었다. 이 날만 되면 속리산에는 주민과 방문객 등 많은 사람이 몰려 하늘에 제를 올리고 춤과 노래로 한마당 잔치를 벌였다. 하지만 조 박사 타계 후 에밀레박물관이 폐허로 방치되면서 개천절 국중대회도 중단됐다.

속리산 국중대회를 되살린 건 조 박사의 후손인 이만동(62)씨다. 조 박사의 진외손자(이씨 할머니의 동생이 조박사)인 이씨는 지난해 에밀레박물관의 법적 재산관리인 자격을 얻은 뒤 올해 초부터 조 박사의 제자, 민속학계 인사들과 함께 박물관 복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씨는 “이번 개천절 국중대회는 에밀레박물관 복원 과정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전에 할아버지가 했던 방식 그대로 삼신단에서 고천제를 지내고 지신밟기, 풍물놀이에 이어 막걸리와 음악으로 흥이 넘치는 뒤풀이를 한다”고 행사를 소개했다.

이만동씨가 3일 속리산 개천절 국중대회에서 고천제를 지낼 삼신단에서 국중대회의 의미와 행사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이만동씨가 3일 속리산 개천절 국중대회에서 고천제를 지낼 삼신단에서 국중대회의 의미와 행사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에밀레박물관은 민속문화 연구에 일생을 바친 조 박사가 세운 사립 민속박물관이다. 1967년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문을 열었다가 1983년 속리산 초입인 지금의 장소로 옮겨 재개관했다. 조 박사는 이곳에 민화전시관과 삼신사를 세우고, 민족문화수련장이란 캠프장을 만들어 민족의 얼을 젊은이들에게 알리는 데 열정을 쏟았다. 1만 1,000㎡규모의 이 박물관은 국내 최대 민화전시관이자 도깨비 관련 조각과 소품이 즐비한 ‘도깨비박물관’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2000년 1월 대전엑스포장에서 왕도깨비 특별전시회를 열던 조 박사가 심장마비로 타계한 데 이어 1년 뒤 그의 부인마저 작고한 후, 박물관은 방치되기 시작했다.

조 박사 별세 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속리산으로 귀촌한 이씨는 박물관이 흉물로 전락하는 과정을 속절없이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박물관을 관리할 법적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 박사의 유일한 직계 혈육이 미국 이민 뒤 연락을 끊으면서 박물관은 소유주가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

“박물관이 방치되자 정체 불명의 사람들이 마구 들어와 시설을 훼손하는 일이 다반사였어요. 할아버지의 혼이 담긴 곳이 폐허로 변해가는 모습에 정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2014년 원인모를 화재로 박물관 시설 일부가 불타는 사건까지 벌어지자 이씨는 박물관을 살릴 방법을 직접 찾기로 결심했다. 조 박사의 친인척을 모조리 수소문해 청주지방법원에 부재자 재산관리인을 신청을 한 끝에 지난해 9월 관리권을 얻었다. 곧 바로 그는 조박사의 제자 등을 규합해 에밀레박물관 복원추진위원회를 결성, 박물관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오랜 세월 방치된 에밀레박물관은 훼손 상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조자용 박사의 삼신사상이 깃든 삼신사 지붕이 크게 망가져 있다. 체험객들이 숙소로 사용하던 귀틀집들은 지붕과 벽면이 내려앉은 상태다.
오랜 세월 방치된 에밀레박물관은 훼손 상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조자용 박사의 삼신사상이 깃든 삼신사 지붕이 크게 망가져 있다. 체험객들이 숙소로 사용하던 귀틀집들은 지붕과 벽면이 내려앉은 상태다.

오랜 세월 방치됐던 박물관 훼손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고, 작업은 더디기만 했다. 흙이 뒤엉킨 쓰레기 더미를 치우는데 만 꼬박 100여 일이 걸렸을 정도다.

복원 작업 과정에서 뜻밖의 소득도 있었다. 생전 조 박사가 쓰고 그리던 원고와 도깨비 그림을 다수 발견했다. 그가 아끼던 물건과 소품 등도 고스란히 수거했다.

망가진 시설을 정비하고 수장고에 남아있던 민화 등을 수습한 이씨는 지난 5월 ‘왕도깨비의 부활’이란 기념 음악회를 열었다. 에밀레박물관과 조자용 박사의 부활을 알리는 행사였다.

7월에는 조 박사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는 사업을 체계화하기 위해 조자용민문화연구회를 설립했다. 박물관 명칭은 조자용민문화관으로 변경했다.

연구회 대표를 맡은 이씨는 “박물관의 외형 복원과 함께 민학자 조자용의 정신을 재조명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내년부터 관련 연구·출판을 본격화하고 조자용 계간지도 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민화계의 중시조로 통하는 조박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민화 공모전도 시행할 참이다. 공연연출가 출신인 이씨는 조 박사가 우리 민중문화의 모태로 삼은 도깨비, 삼신사상 등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공연을 창작해 선보인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이씨는 “박물관에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박물관이 제 모습을 갖추는 날 할아버지가 그토록 사랑했던 도깨비처럼 다시 살아나실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글 사진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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