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 둘러보니... 매물ㆍ문의 사라져 거래 절벽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시세를 반영한 시세표가 붙어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보통 추석이 지나면 연휴 기간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상의 후 나오는 매물도 있고, 문의 전화도 많은데 올해는 움직임이 전혀 없네요. 9ㆍ13 대책 이후 눈치보기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정부가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규제책인 9ㆍ13 부동산 대책과 9ㆍ21 공급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추석 연휴도 지났지만 다시 문을 연 부동산 중개업소엔 매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고가주택일수록 매도 시 세금부담이 적지 않은데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 당분간 매물을 보유하려는 집주인과 매수자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인근 D부동산중개사무소를 찾아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 상황을 묻자 김모(62) 대표는 “해줄 말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김 대표는 “오전 9시 가게 문을 열고 6시간이 넘도록 팔 의사도 없는 집주인들의 ‘간보기’ 전화 2통을 받은 게 전부인데 뭔 시장 상황이냐”고 되물었다.

강남구 매봉역 인근 K공인중개사무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1건의 새로운 매물이 나오기는 했지만 9ㆍ13 대책 발표 이전 호가와 큰 차이가 없고 매수하겠다는 사람들도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K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내놓는 사람은 가격을 낮추지 않고 있고, 그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며 “9ㆍ13대책 이후 사실상 거래가 중단됐는데 이 상황을 시장이 안정됐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강북에선 강남권과는 다소 온도 차가 났다. 실제 거래까진 성사되지 않았지만 물건의 합당한 가격과 매물 유무 등을 묻는 문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꿈의숲 인근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실장은 “현재 등록된 매물 가운데 실제 매물은 이번 주말 사이에 대부분 매매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대출 규제와 조정지역 2주택 구매 압박을 해도 6억원대의 자산으로 서울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은 많다 보니 매물이 나오면 팔리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자신했다.

노원구 역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어 거래 절벽을 걱정하진 않는 분위기다. 상계역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9ㆍ13 대책 때 나온 대출 관련 정책으로 시장이 조금 위축된 영향은 있는데, 그래도 워낙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동네라 이번 주 지나면 정상적인 매매를 원하는 매물은 조금 나올 것”이라며 “시장 분위기를 물어보는 집주인 전화가 오면 물건을 내놓으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 절벽에도 추석 이후 나온 매물 역시 호가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날 매물로 나온 강남구 도곡동 삼성래미안 전용 122㎡는 호가가 22억5,000만원으로 9ㆍ13 대책 이전에 나왔던 매물들과 비슷했다. 이 단지의 실거래가는 21억원 안팎이다. 송파구 잠실리센츠 전용 84㎡ 역시 실거래가보다는 1억원 가량 높은 가격에 호가가 나왔다. 추석 직전 4억5,000만원에 거래된 서대문구 홍제동 힐스테이트 전용 59㎡ 아파트는 추석 이후 6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가을 성수기임에도 당분간 거래 절벽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한풀 꺾였지만 매수ㆍ매도자 눈치보기가 심해 호가 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강남권 거주자들은 매도나 증여 모두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니 매물로 내놓기 보다는 거주나 장기 보유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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