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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추천하는 ‘가을 나들이’ 문화현장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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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추천하는 ‘가을 나들이’ 문화현장 4

입력
2018.09.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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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가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 된다. 전국 곳곳에서 다채로운 가을 행사가 열리지만 많은 인파에 치여 제대로 즐기지 못할 때가 많다. 매년 관광객이 몰리는 축제도 좋지만, 덜 알려진 보물 같은 곳은 없을까. 경치도 좋지만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에 관해 되새길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는 없을까. 자연과 함께 하는 스님들에게 직접 물었다.

김제 귀신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제 귀신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원철스님 - 김제 귀신사 

“김제 귀신사는 감나무가 참 예쁜 절이에요. 감나무가 많아서 꼭 시골 친척집 내려간 기분이 나죠. 귀신사는 작가 양귀자의 소설 ‘숨은꽃’의 무대이기도 해요. 그의 표현에 따르면 ‘영원을 돌아다니다 지친 신이 쉬러 돌아오는 자리’라고 합니다. 완연한 가을인 이 때 귀신사를 찾아가면 그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김제 귀신사는 재밌는 어감으로 종종 “귀신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알고 보면 ‘믿음으로 귀의하는 절’, ‘믿음이 돌아오는 절’이라는 예쁜 뜻이 담겨 있다. 신라 문무왕 16년 의상대사가 신라 왕실의 지원을 받아 창건한 절로 알려져 있다. 창건 당시엔 국신사라 불렸다. ‘사기’에 따르면 고려 때 원명대사가 중창할 때 구순사로 바뀌었다가, 조선 고종 10년에 귀신사로 명칭이 굳어졌다. 시골 집들과 무성한 감나무들이 어우러진 절은 가을날 찾으면 더욱 따스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초의선사가 머문 해남 대흥사 일지암. 연합뉴스
초의선사가 머문 해남 대흥사 일지암. 연합뉴스

 ◇진광스님 - 해남 대흥사 암자 일지암 

“한국 차 문화의 상징과 같은 곳이에요. 초의 선사가 머물면서 다산 정약용 등 당대의 명사와 우애를 다진 장소이기도 하고요. 참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고 아름다운 장소여서 가을 나들이로 좋을 것 같아요. 대흥사에 계신 주지 법인스님은 글도 잘 쓰시고 언변도 좋으니, 만나면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에요.”

해남 두륜산에 위치한 암자 일지암은 1824년 초의 선사가 지어 40여 년을 기거한 곳이다. 초의 선사는 조선후기 차 문화의 부흥을 이끈 차인이자 승려다. 그는 한국차 다경이라 할 수 있는 동다송을 이 곳에서 집필했다.

일지암은 화재로 소식돼 현재의 일지암은 1970년대 복원된 것이다. 정자는 가운데 방 한 칸을 두고 사면에 툇마루를 뒀다. 오른쪽에는 연못이 있어 고즈넉한 정취가 살아난다. 친한 벗 서넛을 불러 모아 마루에서 차 한잔씩 하고 싶어지는, 소박하고 정겨운 암자다. 일지암이 있는 해남 대흥사는 7월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서천 성북리 비인 오층석탑. 서천군청 제공
서천 성북리 비인 오층석탑. 서천군청 제공

 ◇영담스님 – 서천 비인 오층석탑 

“보물 제224호예요. 엄연한 우리 문화재인데 시골 길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죠. 주변에 사찰도 없이, 거의 방치돼 있다시피 해요. 석탑 혼자 외로운 추석을 보내는 셈이죠. 문화재가 외롭지 않도록 잘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죠. 가을 나들이로 화려한 축제도 좋지만, 오층 석탑에 들러 문화재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해요.”

충남 서천군 비인면에 자리잡은 비인 오층석탑은 지방 특색이 강했던 고려시대의 탑이다. 옛 백제 영토에 지어진 다른 탑들처럼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의 양식을 모방했는데, 가장 충실히 따랐다는 평을 듣는다. 세부양식이 부여 정림사지 오층 석탑을 따르려 노력했으나 몸돌에 비해 지붕돌이 지나치게 크고 1층에 비해 2층 이상의 몸돌들이 갑자기 줄어들어 균형이 깨졌다. 하지만 백제계 석탑 양식의 전파 경로를 알아내는 데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가치 있는 문화재로 평가된다.

비인 오층석탑은 비인면 마을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여름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드는 마을광장의 터 속에 자리 잡았다.

삼랑성 역사문화축제가 열린 강화도 전등사. 전등사 제공
삼랑성 역사문화축제가 열린 강화도 전등사. 전등사 제공

 ◇명진스님 - 강화도 전등사 

“옛날에는 강화도에서 황해도 연백까지 걸어가서 조상 제사를 지내고 왔다고 해요. 북녘의 땅이 지척인데 지금은 참 멀게도 느껴지죠. 남북정상회담으로 통일에 관한 염원이 여느 때보다 뜨겁잖아요. 북한 접경지역에 가서 남북 화해의 의미와 우리 민족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면 참 의미 있을 것 같아요. 전등사는 올해 문화축제도 여니 즐길 거리도 많을 겁니다.”

강화도에 있는 유서 깊은 사찰 중 전등사는 호국불교 근본도량으로 역사와 권위가 있는 사찰로 꼽힌다. 창건된 것은 서기 381년으로 전해진다. 한국 불교 전래 초기에 세워진, 한국 사찰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사찰이다. 대웅보전, 약사전, 범종 등 보물급 유적을 비롯해 국가사적, 인천시 지정 유형문화재 등 많은 문화 유적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삼랑성역사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다음달 6~14일 강화도 전등사에서 제18회 삼랑성 문화축제를 개최한다. 고려개국 1,100주년을 맞아 고려의 역사를 되돌아보자는 취지로 진행된다. ‘삼랑성 미술 실기대회’, ‘글쓰기 대회’, 최태성 강사의 ‘역사 강좌’ 등이 준비돼 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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