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세 상승분을 공시가격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집값이 급등한 지역의 공시가격만 인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납부액이 크게 오르는 것은 물론 종부세 대상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17일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 주재로 ‘9ㆍ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후속 조치를 위한 1급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주요 정책과제 추진 계획과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우선 정부는 9ㆍ13 부동산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시세가 급등한 주택의 가격 상승분을 공시가격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1989년부터 시행된 공시가격 제도는 시세 반영율이 50~70%에 불과해 고가 부동산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서울 등 집값 급등 지역의 주택 공시가격을 내년에 큰 폭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공시가격이 급격하게 오를 경우 고가 부동산뿐 아니라 전반적인 보유세가 늘어나게 된다. 재산세와 종부세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구간별 세율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당장 지방세인 재산세가 오른다.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 시가 5억원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이 현재와 같은 시세의 60%라면 재산세 과세표준은 3억원, 재산세는 57만원이 된다. 여기에 재산세의 20%인 지방교육세 11만4,000원, 과세표준액의 0.14%인 도시지역분 42만원이 붙어 총 납부액은 110만4,000원이다. 그러나 공시가격이 시가의 80% 수준으로 오르면 과세표준이 4억원이 되고 이에 따른 재산세 97만원(57만원+3억원 초과분의 0.4%)에 지방교육세 19만4,000원, 도시지역분 56만원이 붙어 총 납부액은 172만4,000원으로 커진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종부세 과세 대상도 늘어난다. 종부세 과세표준은 1주택일 경우 공시가격에서 9억원을 제외(다주택자는 6억원 제외)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하는데 이 비율은 올해 80%에서 내년 85%로 높아지고 과표 구간별 세율도 현행 0.5~2%에서 0.6~3.2%까지 확대된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공시가격이 현실화되면 재산세와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가 모두 오르고 대상자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예를 들어 주택 공시가격이 8억5,000만원인 소유주는 그 동안 종부세를 내지 않았지만 공시가격이 10%만 올라도 곧바로 부과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국토부의 명확한 입장이 나오지 않아 실제 세 부담 증가율이 어느 정도나 될 지는 속단할 수 없다. 또 공시가격은 매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산정되고 공개 시점은 4월 말이어서 내년 종부세 대상자가 어느 정도 늘어날 지도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공시가격은 기초노령연금, 기초생활보장, 장애인연금, 건강보험료 등 60여가지 항목에서 활용돼 전반적으로 공시가격을 인상할 경우 조세저항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시세 반영률을 뜯어고치기보다는 시세가 급등한 지역의 공시가격만 ‘핀셋’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현실화 폭과 방법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다만 일괄적으로 공시가격을 인상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높아 집값 과열로 인한 폭등 지역에 집중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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