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30 절반이 ‘무민 세대’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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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30 절반이 ‘무민 세대’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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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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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의 20, 30대는 슬라임을 주물럭거리며 마음의 안정을 느낀다.

슬라임과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을 찾는 이들은 하나같이 그 이유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입을 모았다. 어릴 적 하던 찰흙 놀이와 다를 바 없는 손장난과 아무 의미 없는 소리를 듣는 게 위로가 될 정도로 팍팍한 삶에 지쳐있다는 말이다.

올 7월 글로벌 헬스서비스 기업 시그나그룹은 한국인의 삶 만족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스트레스는 주요국 최고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중국 인도 등 23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한국 웰빙지수는 51.7점으로 지난해(53.9점) 보다 하락했다. 23개국 중 23위다.

웰빙지수는 신체건강, 사회관계, 가족관계, 재정상황, 직장 등 5개 부문 만족도를 토대로 산출됐는데, 사람과 부대끼며 일궈가는 사회관계(51.7점) 세부 항목들이 지난해보다 하락 폭이 컸다. 친구와 보내는 시간(21점→16점)도, 취미활동에 대한 만족도(25점→16점)도 줄었다. 늘어난 건 게임에 보내는 시간(17점→20점)이었다. 정신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인 중 최근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97%로 23개국(평균 86%) 중 제일 높았다. 스트레스를 주는 원인으로는 일(4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지난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주요국 시간당 노동생산성(국내총생산을 총 노동시간으로 나눈 뒤 달러로 환산한 값)에서 우리나라는 34.3달러로 조사됐다. 회원국 22개국 중 17위로, 우리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비슷한 스페인(47.8달러)의 70% 수준이다. 2016년 OECD 조사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이다. OECD 회원국 평균(1,764시간)과 비교하면 매일 최소 1시간 이상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통계로 보는 한국인들은 높은 스트레스, 낮은 삶 만족도, 반복되는 야근에 지쳐간다. 친구를 만나지도 취미 활동에 적극적이지도 않다. 열정과 패기라는 이미지와 더 어울릴 것 같은 20, 30대에도 무력감이 덮쳤다. 연령별 웰빙지수 조사에서 35~49세(50.3점)가 가장 낮게 나타났을 뿐 아니라, 20~24세 대학생들의 스트레스 인지율(57.7%ㆍ2017년 4월 통계청 기준)이 13~19세(50.5%)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요즘 20, 30대를 가리키는 말로 ‘무민세대’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없다’는 뜻의 한자 무(無)와 ‘의미하다’는 뜻의 단어 ‘mean’을 합친 말로, 맥락도 의미도 없는 것을 추구한다는 신조어다. 구인ㆍ구직 업체 사람인이 성인남녀 1,1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본인이 무민세대라고 생각하는 20대와 30대는 각각 47.9%, 44.8%에 달했다. ‘취업, 직장생활 등 치열한 삶에 지쳐서’(60.5%ㆍ복수 응답)가 가장 큰 이유였고 ‘노력해도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 같아서’(34.1%)라는 대답도 뒤따랐다. ASMR을 들어야만 잠이 들고, 꾸덕꾸덕한 장난감을 손에 쥐어야 안정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는 건 무의미한 것을 좇는 젊은 세대의 요상한 취미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슬픈 열풍’일지 모른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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