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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가 우유냐” 미국 식물성 우유 정체성 논란

입력
2018.09.16 14:52
수정
2018.09.16 21:3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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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콩 우유’(Soy milk)를 두고 ‘우유’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콩 우유’(Soy milk)를 두고 ‘우유’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아몬드 우유(almond milk)’ ‘콩 우유(Soy milk), ‘귀리 우유(Oat milk)’.

미국 음료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이들 식물성 우유를 두고 ‘우유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정체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통 낙농업계는 이들 음료가 우유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가짜 우유’로 소비자들을 혼란케 한다며 우유 명칭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식물성 음료업계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넓히는 ‘대체 우유’라고 맞서고 있다.

오랫동안 지속된 ‘우유 명칭’ 논란은 지난 7월 스콧 고틀립 식품의약품국(FDA) 국장이 한 토론회에서 “아몬드에는 젖산이 없다”고 발언한 뒤 더욱 격화하는 양상이다. 식품의약국이 낙농업계 편에서 우유 명칭 규제에 힘을 싣는 신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미 의회에는 FDA가 제품 명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낙농 긍지법(Dairy Pride law)’이 발의됐는데, 낙농업계는 해당 법안 입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별도로 ‘콩 우유’ 제품에 포함된 우유 명칭에 대한 법정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전통 우유 시장이 한해 355억달러의 시장 규모로 식물성 우유 시장(16억달러)에 비해 압도적 우위에 있는데도 우유 명칭에 예민하게 대응하고 나선 것은 전통 우유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1990년 미국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20파운드(99.7㎏)에서 2016년에는 154파운드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매출액이 6% 감축됐다. 반면 식물식품협회에 따르면 식물성 우유 시장은 지난해 9% 성장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뉴욕에서는 최근 귀리 우유 품귀 현상도 빚어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전했다.

식물 식품업계는 이 같은 성장이 전통 우유 시장을 뺏어오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채식주의 영향 등으로 전통 우유 소비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혀 다른 기호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식물성 우유를 먹는 가정의 90%는 전통 우유도 함께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소비자들은 혼란을 느끼지 않으면서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식물에서 나오는 하얀 액체를 ‘우유’라는 명칭을 쓰지 않을 경우 딱히 붙일 이름이 없다는 것도 이들 업계의 고민이다.

식물성 우유는 ‘동물 학대’를 비판하는 생태주의자들의 가세로 단순한 ‘우유 명칭’ 논쟁을 넘어 이념ㆍ문화 전쟁으로 불붙고 있다. 동물 보호 단체인 ‘농장 보호소’의 진 바우어 회장은 최근 CNN 기고에서 “미국 축산업계의 무책임하고 비인간적인 관행은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지속 가능한 음식 체계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창의적인 사업가들은 동물 생산품을 대체하는 식물 식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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