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안나, 평양에서…’ 개봉
안나 브로이노스키 감독
선전 영화 배우고 싶어 방북
3주 머물며 北 영화계를 다큐로
“서양 미디어의 시선에서 벗어나 북한 주민의 평범한 일상과 영화인들의 열정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이죠.” 다큐멘터리 영화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13일 개봉)를 연출한 호주 출신 안나 브로이노스키 감독은 10일 서울 중구 대한극장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 영화의 메시지를 “인류애”라고 정의했다.
제목이 말해 주듯, 이 영화는 브로이노스키 감독이 북한식 선전 영화를 배우는 과정을 담았다. 브로이노스키 감독은 시드니에서 대규모 탄층 가스 채굴이 시작되자 강력한 선전 영화를 만들어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고발하고 가족과 마을을 지키기로 마음먹는다. 그때 영화광인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쓴 ‘영화와 연출’이란 책을 떠올렸고, 그 책에 나온 지침에 따라 영화를 만들고 싶어 평양으로 갔다.
브로이노스키 감독은 “북한에서 촬영 허가를 받기까지 2년 걸렸다”며 “북한 영화를 배우겠다는 내 의지가 진심이라는 걸 여러 번의 인터뷰를 통해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2012년 9월 평양을 방문해 3주간 머물면서 영화 촬영 현장과 영화인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북한의 올리버 스톤’이라 불리는 리관암 감독과 공훈예술가 박정주 감독, 유명 배우 윤수경과 리경희도 나온다. 북한 영화 제작과 관련해 촬영 허가를 받은 서양 영화인은 그가 처음이다. 물론 제약도 있었다. “전 세계에서 디지털 촬영이 일반화됐지만 북한은 여전히 필름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어요. 이를 의식해서인지 영화 제작과 관련된 모든 곳을 촬영할 수 있었지만 영화제작소만큼는 제외됐죠. 군인도 나오면 안 되고, 카메라 앵글이 어디를 향하는지도 감시 받았어요.”
짧은 기간이지만 브로노이스키 감독은 북한 영화인들과 교류하며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저도 처음엔 북한을 독재 정권, ‘악의 축’ 같은 이미지로만 생각했죠. 하지만 북한 영화인을 만나고 나서는 영화인은 어디에 있든 가족처럼 교감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세상을 좀더 다양한 색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고요. 관객들도 이 영화를 통해 북한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브로이노스키 감독은 1988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주한 호주대사였던 아버지 리처드 브로이노스키의 영향으로 남북 분단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았다면 이 영화 개봉은 힘들었을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