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이 유럽현대사의 주요한 전환점, 글로벌 권력의 지평에 큰 지각변동이었다면 아시아에서는 상황이 어떠했는가. 여기서 한반도의 3ㆍ1운동이 큰 자리를 차지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권헌익 교수가 제안한 한국학의 매력 포인트다. 권 교수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최로 13일 열리는 세계한국학대회 특별세션에 참석,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세계 평화와 한국학, 1919~2019’ 글을 발표한다.
권 교수가 주목하는 건 1919년이 1차 세계대전 종전 뒤 파리평화회담이 열린 해라는 점이다. 전쟁의 참화를 겪은 뒤 전쟁이 아닌 평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유럽인들의 고민이 시작된 시점이다. 유럽인뿐만이 아니다. 여기에 자극받은 유럽 바깥도 이를 고민한다. 한국의 3ㆍ1운동이 부각될 수 있는 것은 이 지점이다. 3ㆍ1운동은 중국, 베트남 등 다른 많은 국가로 번져나간 여러 운동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특히 평범한 사람들의 만세시위에 주목했다. 그는 “남녀노소가 평화적 방법으로 그들의 언어행위를 매개로 자신들의 주권을 주장하는 행위”를 선보였는데 이것 자체가 곧 “한나 아렌트가 상상하고 주장했던 정치적 행위에 아주 가깝게 접근”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만 논의되던 서양의 평화가 만개한 곳은, 역설적이게도 동양이었던 셈이다.
권 교수는 “이 놀라운 사실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고 이론화되지 않았는데 이는 앞으로 한국에 주어진 책임”이자 “1919년 100주년을 맞아 세계 인문사회학계에 한국학이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실천”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학의 매력 포인트는 ‘깊이 있는 평화연구’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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