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반체제세력과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냉전 시기 미국이 남미에서 자주 사용하던 수법으로, 경제난에 허덕이는 베네수엘라가 설상가상으로 막다른 골목을 향해 몰리는 형국이다.
뉴욕타임스(NYT)와 CNN은 8일(현지시간) “미 정부 관리들이 지난해 베네수엘라 군 장교들과 몇 차례 만나 쿠데타를 논의했지만 결국 무산됐다”며 “오로지 미국의 지원에 기대를 걸었던 반체제세력에게 미국은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NYT는 “미국은 라틴아메리카 내정에 개입하는 오랜 역사가 있다”며 “이번 쿠데타 논의는 큰 도박”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베네수엘라가 경제 파탄 와중에 의회를 해산하며 내부 탄압에 열을 올리자 군사옵션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고무돼 쿠데타 모의 세력이 가을부터 미국과의 접촉에 나선 것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베네수엘라는 막대한 석유를 기반으로 중남미 좌파 정권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으로서는 눈엣가시다. 실제 지난달 4일 마두로 대통령의 연설 도중 폭탄을 장착한 드론 2대가 폭발했는데 이는 암살기도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백악관은 짧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평화적인 방식으로 민주주의로 복귀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공식 반응을 삼갔지만 호르헤 아레아사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우리는 미국의 개입 계획과 군사 음모 지지를 전세계에 비난한다”며 날을 세웠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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