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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30년 만에 다시 법정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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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30년 만에 다시 법정 간다

입력
2018.09.13 10:24
수정
2018.09.13 22:3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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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 대표가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 대표가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한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 검찰의 비상상고를 통해 30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비상상고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개혁위는 “무죄 판결의 유일한 근거가 됐던 내무부훈령 제410호는 위헌‧위법성이 명백해 형사소송법 제441조에 정한 ‘법령 위반의 심판’에 해당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1989년 대법원 확정판결이 당시 법령을 위반한 판결인 만큼 비상상고를 통해 다시 법적인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비상상고란 형사사건 확정판결에 법령위반이 발견된 경우 검찰총장이 잘못을 바로잡아달라며 대법원에 직접 상고하는 비상구제절차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불법으로 감금하고 강제 노역을 시킨 사건이다. 그 과정에서 학대와 폭행, 암매장 등 인권유린이 이뤄졌다는 폭로가 이어졌고 복지원에서 집계된 공식 사망자만 513명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1987년에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은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을 불법감금 등 혐의로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정부(내무부) 훈령에 따른 것이었다며 무죄로 판단하고 횡령죄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 4월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권고했고, 검찰과거사위 산하의 대검 진상조사단에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개혁위원들은 지난 5일 열린 마지막 회의에서 비상상고 권고 여부를 두고 늦은 시간까지 토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개혁위원은 “문제가 있는 판결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였으나 해결 방법론을 두고 의견이 갈려 결국 표결을 통해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29일에도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검찰 측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며 찬반 의견이 맞서 합의에 실패한 바 있다.

개혁위 권고 결정에 따라 공은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넘겨졌다. 문 총장이 권고를 거부할 수도 있지만, 검찰개혁위 설립 취지 등을 고려할 때 문 총장이 이 같은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총장이 권고를 받아들여 비상상고를 결정하면 대법원은 내무부 훈령에 의한 격리 수용을 정당한 행위라고 판단한 과거 판결이 법령 해석을 잘못한 것인지를 판단하게 된다.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신청을 기각할 수 있고, 법령을 위반했다고 보면 불법감금 혐의에 대한 무죄판결을 파기하게 된다.

파기 결정하더라도 무죄를 선고 받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재판을 다시 진행할 수가 때문에 다시 형량을 선고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다만 형제복지원 사건의 불법성을 법원이 처음 공식 인정하는 것이라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사건 해결의 동력이 생길 수 있다. 2016년 7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형제복지원 관련 법안은 3년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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