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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 붙은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 vs 윤종규 KB지주 회장의 ‘리딩금융’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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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 붙은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 vs 윤종규 KB지주 회장의 ‘리딩금융’ 경쟁

입력
2018.09.05 11:44
수정
2018.09.0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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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 옛 ING생명 2조2,989억원에 인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3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금융 본사에서 열린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제공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3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금융 본사에서 열린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제공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품에 안았다. 조용병 회장이 1년 전 비(非)은행 사업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 추진을 공식화한 지 1년 만이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KB금융지주에 내준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탈환하게 됐다. 잠잠했던 조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1위 싸움도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신한금융지주는 5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승인 받은 뒤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4,850만주)를 보유한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 6,100억원을 포함해 2조2,989억원이다.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비(非)은행 부문 강화 전략을 고심하던 조용병 회장은 지난해 9월 창립기념식에서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인수는 신한금융 역사에서 LG카드(현 신한카드ㆍ7조2,000억원), 조흥은행(현 신한은행ㆍ3조4,0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M&A이다. 오렌지라이프는 신한금융의 14번째 자회사가 됐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마치면 KB금융그룹을 제치고 '리딩 금융그룹'의 자리를 다시 되찾게 된다. 6월 말 기준 신한금융의 총자산은 453조3,000억원으로, KB금융(463조3,000억원)에 못 미치지만, 오렌지라이프의 자산(31조5,000억원)을 더하면 484조8,000억원으로 불어나 KB금융을 제친다.

지난해 KB금융에 1위 자리를 내줬던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 규모도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전망이다. 상반기 신한금융 당기순이익은 1조7,956억원으로, KB금융(1조9,150억원)보다 1,194억원 적었지만,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의 순이익이 3,40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근소한 차이로 앞설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의 지분율이 59.15%이므로 오렌지라이프 실적이 100% 신한금융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이번 인수로 신한금융의 보험부문 위상도 올라간다. 현재 자산 규모 8위인 신한생명은 6위인 오렌지라이프와 합치면 자산이 62조3,000억원으로 늘어나 NH농협생명(64조4,000억원)에 바짝 다가선 5위가 된다.

인수가 마무리될 때까지 오렌지라이프 노조의 고용보장 요구, 인수 후 신한생명과의 화학적 결합과 시너지 창출 등은 신한금융이 풀어야 할 숙제다. 오렌지라이프 노조는 매각 후 7년간 고용안정 보장, 매각가 10% 규모의 위로금 지급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와의 입장 차가 커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 여부 및 시기에도 이목이 쏠린다. ING생명이 네덜란드 본사와의 브랜드 사용계약 기간 만료로 인해 사명을 오렌지라이프로 바꾼 것이 지난 3일이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더라도 잦은 사명변경에 따른 브랜드 가치 하락이나 브랜드 이미지 유지의 어려움, 관련 제반 비용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분리 경영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조직 운영의 비효율 및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하면 합병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사를 합병할 경우엔 신한과 오렌지라이프의 지점수가 1분기 기준 각각 160개, 98개에 달해 중복 지역 점포를 어떤 방식으로 통폐합할 지가 관건이다. 서로 다른 조직 문화와 영업점 운영 체계를 어떻게 잘 조화시켜 물리적ㆍ화학적 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지 등의 문제도 산적해 있다.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 간 자존심을 건 라이벌전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실 양측은 2000년대 초부터 크고 작은 M&A를 통해 업계 1위를 놓고 경쟁해 왔다. 신한은행은 2003년 조흥은행을 3조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단숨에 국내 2위 은행으로 도약, 당시 1위였던 국민은행을 위협했다. 이어 신한카드가 2006년 6조6,765억원에 LG카드 마저 인수하면서 카드업계 1위까지 꿰찼다. 덕분에 신한금융지주는 2008년부터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KB금융을 추월한 뒤 9년간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KB금융이 2015년 LIG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을 연달아 사들이면서 지난해 1위 종합금융지주 자리를 다시 가져갔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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