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입장에서도 일정 조정 불가피
8월 개소는 결국 미뤄지는 분위기
이달 중 이뤄질 예정이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가 결국 미뤄지는 분위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급작스런 방북 취소로 남측뿐 아니라 북한 입장에서도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춘추관 정례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무산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지연 상황과의 관련성을 물은 데 대해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연락사무소 개소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남북 정상회담 등 순조로운 일정 속에서 생각하고 있었다”며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으니 그에 맞춰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연락사무소를 이달 중 개소하려 했던 것은 3차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고려한 것이었다. 다음달 중순 정도로 예상되는 3차 회담을 앞두고 연락사무소를 개소해 남북관계를 한 차원 더 발전시키고 이를 계기로 북미 간 대화도 견인한다는 구상이었다. 특히 비핵화 문제에서 북미가 여전히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지만, 대화 추동력 자체는 이어지고 있었던 만큼 연락사무소 개소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정부는 판단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로 북미관계 유동성이 급격히 커진 것은 정부로서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청와대는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에 대한 북한의 반응까지 지켜보고 개소식 연기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대적으로 반발, 북미관계가 급격히 냉각될 경우 연락사무소 개소 움직임이 한미 간 대북정책의 균열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락사무소 개소가 비교적 덜 시급한 문제가 된 사정은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진 데다 정권수립 70주년(9ㆍ9절) 행사까지 코앞에 둬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폼페이오 장관 방북을 고려한 북한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었을 텐데 북한도 그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며 “남북 모두 연락사무소 설치를 당장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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