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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카바디, 아쉬운 은메달… 불모지에서 일군 사상 최고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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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카바디, 아쉬운 은메달… 불모지에서 일군 사상 최고 성적

입력
2018.08.2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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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어터 가루다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카바디 결승 한국과 이란의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이란의 공격을 막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어터 가루다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카바디 결승 한국과 이란의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이란의 공격을 막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누구도 그들을 주목하지 않았다. 카바디를 한다고 하면 “그게 뭔데”란 질문을 받는 게 일상이었다. 무관심과 설움, 미래의 불안감을 잊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고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했다.

자카르타 기적을 써 온 한국 남자 카바디 대표팀의 도전이 아쉬움 속에 끝을 맺었다. 금메달은 실패했지만 실업팀 하나 없는 카바디 불모지에서 오직 열정 하나로 사상 처음 은메달을 일궈냈다. 지난 2014 인천 대회 동메달을 넘어선 성적이다.

조재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카바디 대표팀이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가루다 시어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카바디 결승에서 이란에 16-26으로 패했다. 전반엔 팽팽하게 이어졌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란의 거센 공격이 이어지며 스코어가 순식간에 9-17로 벌어졌다. 이후 필사적으로 따라 붙었지만, 한번 벌어진 점수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국은 지난 20일 열린 조별리그 A조 2경기에서 카바디 종주국인 인도를 24-23으로 누르는 기적을 연출했고, 준결승에서도 강호 파키스탄에 27—24로 승리하며 금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이란의 강한 체력을 극복하지 못했다.

사실, 대표팀은 주전 선수들이 줄부상을 당하면서 대회 전부터 ‘부상 병동’ 상태였다. 팀 에이스이자 캡틴 이장군은 지난해 가을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은 상태다. 코치진에게 “문제 없다. 게임에 출전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경기 중 큰 충격을 받으면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팀 대들보 이동근(22)도 아시안게임 직전 두바이 초청대회에서 발등 골절상을 입어 발에 핀을 꽂은 채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고영창(25)도 발목 인대가 늘어나 결승전 아침까지도 재활 치료를 받았다. 대신할 상비군이 없기에 그들은 자카르타로 가야 했고, 고통을 참아가며 뛰어야 했다.

말이 국가대표지, 실상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현재 한국엔 카바디 프로팀은 고사하고 실업팀도 없다. 여자부의 경우 대표팀 상당수가 대학생이다. 그저 “카바디가 좋아서” 모인 아마추어 동호회나 다름없다. 지난 7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된 국가대표선수단 결단식에는 참석하지도 못했다. 카바디는 대한체육회 준가맹단체인데, 이들에게는 국가대표 단복이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릉ㆍ진천 선수촌에도 입촌하지 못한 ‘촌외 종목’이다.

선수들은 “다른 건 몰라도 전용 경기장만큼은 꼭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현재 대표팀은 부산 동아대 체육관을 빌려 훈련 중이다. 조재호 감독은 “최근 한국 카바디 실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해외 팀들도 한국과 친선ㆍ교류전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경기장이 없어 초청을 못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카바디는 술래잡기와 격투기가 결합된 단체 경기다. 4,0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의 국기(國技)다. 크리켓이 인도 상류사회에 퍼져있다면, 카바디는 중산층과 서민층에 보다 깊게 뿌리 내렸다. 인도 어느 골목에서건 카바디에 열중하는 어린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제 올림픽위원회(IOC)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주목하고 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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