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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상류사회' 윤제문과 AV 배우의 정사신 논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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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상류사회' 윤제문과 AV 배우의 정사신 논란, 왜일까

입력
2018.08.23 08:00
수정
2018.08.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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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사회’ 예고편 캡처
‘상류사회’ 예고편 캡처

영화 '상류사회' 속 한용석(윤제문)은 변태적 취미를 가진 대기업 회장이다. 여성들과 관계를 갖고, 그 흔적을 집안 곳곳에 아주 자랑스럽게 남겨둔다. 그의 망측한 취미는 이후 오수연(수애)이 욕망을 향해 나아가는 발판으로 사용된다. 그래서 이 장면은 감독에게 꼭 필요했는지 모른다.

문제는 정사신 자체가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길고 자극적이었다는 점이다.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가장 먼저 쏟아진 건 정사신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이었다. 그 말인즉슨, 이 장면에 대한 불편함 혹은 강렬함이 영화 전체를 뒤덮었다는 얘기다.

윤제문은 일본 AV 배우 하마사키 마오와 격한 전라 연기를 펼친다. 정장차림으로 회장의 집에 찾아와 일본어로 수줍은 듯 자신을 "미나미"라 소개하는 하마사키 마오. 이후 벌거벗은 몸으로 등장하는 미나미는 회장의 더러운 욕망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전락한다.

‘상류사회’ 예고편 캡처
‘상류사회’ 예고편 캡처

'상류사회'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고 "수위가 세다"는 소문이 일찍부터 돌았지만, 이 장면처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건 최선의 선택이라 보기 어렵다. 혹자는 AV 배우의 정사신을 대형스크린에서 보기 위해서라도 기꺼이 티켓 비용을 지불할지 모르나, 그 장면으로 인해 수애나 박해일의 캐릭터 변신은 뒷전으로 밀렸다.

영화는 가장 아름답고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지만 사실은 추악한 그곳, 상류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옆자리 남성 관객이 불편하게 느껴질 만큼 자극적인 정사신은 상류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장치라기보다는 자극적인 눈요기로 관객을 유혹하려는 미끼에 불과해 보인다.

이번 영화에선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교수 장태준(박해일)의 베드신도 등장한다. 상대역인 비서관 박은지(김규선)는 그의 제자다. 태준은 뜨거운 눈빛을 던지는 은지에게 "너 나 좋아하니?"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두 사람은 불륜에 빠진다. 두 배우 역시 전라의 연기를 펼치지만 극의 흐름상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상류사회’ 스틸
‘상류사회’ 스틸

태준의 아내 오수연(수애)과 옛 연인 신지호(이진욱)의 불륜이 낳은 베드신도 나온다. 과하지 않은 노출로도 충분히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주홍글씨' '인터뷰' 등을 연출한 변혁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미장센에 심혈을 기울였다. 박해일과 수애의 황혼 속 옥상 신을 눈과 바람 때문에 성공하지 못하자, 촬영 막바지까지 기다려 재시도해 그림 같은 장면을 완성시켰다. 실로 영화 곳곳에서 감독의 남다른 미적 감각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들은 윤제문과 AV 배우의 정사신으로 인해 잔상을 남길 기회조차 잃어버렸다.

한 관계자는 "윤제문 배우의 정사신은 실제 일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장면이다. 정말 그런 취미를 가진 회장이 있다고 한다. 더러운 상류사회의 이면을 좀 더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들어간 신(scene)"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돈 많은 중년 남성이 말도 통하지 않는 육감적인 젊은 여성을 상대로 욕구를 채우는 모습을 왜 그렇게 오래 보고 있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대부분의 예비 관객들이 '상류사회'에 기대하는 건 단지 그런 민낯(맨살)만은 아닐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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