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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콘 공장 갈등’ 안양 연현마을 공영개발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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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콘 공장 갈등’ 안양 연현마을 공영개발의 그늘

입력
2018.08.24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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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수용해 아파트 건설 구상

근로자 40여명 모두 권고사직

공장 대체부지 찾기도 막막

경기 안양시 석수동 제일산업개발㈜ 일대. 경기도 제공
경기 안양시 석수동 제일산업개발㈜ 일대. 경기도 제공

지난 16일 경기 안양시의 한 공장. 근로자 40여명이 한꺼번에 권고사직서를 받아 들었다. 사회에 발을 디딘 지 얼마 되지 않은 20,30대 청년부터 수십 년 이곳에서 일한 식솔 딸린 50,60대 가장까지…. 사상 최악이라는 고용한파 속에서 갑작스레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회사 정상화를 돕는 필수인원(8명)으로 꼽혀 동료들의 사직서를 접수한 A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눈물을 훔쳤다.

근로자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된 이곳은 만안구 석수동에 있는 아스콘 생산공장 제일산업개발㈜이다. “내뿜는 악취와 소음, 먼지 등으로 건강이 악화한다”는 인근 연현마을 주민들의 요청에 10개월여 기계를 멈춰 폐업 직전이다. 공장 재 가동을 위해 5억원을 투입, 악취방지시설 등을 추가로 설치했으나 안양시는 반려했다. A씨는 “이대로가다간 퇴직금을 줄 수 없을 것 같아 내린 결정”이라며 “당분간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게 권고사직을 결정했고, 남은 인력도 급여의 10~50%를 삭감했다”고 말했다.

23일 안양시 등에 따르면 1984년 안양천변 옆에 터를 잡은 제일산업개발이 집단 민원의 대상이 된 건 인근 200m여 안팎에 초등학교가 들어서고 아파트 등이 개발된 2000년대 초반부터다. 개발 압력에 떠밀려 무분별하게 인허가를 내준 행정의 결과물인 셈이다. 연현마을 거주자 1만2,000여명 중 일부는 지속적으로 두통과 수면장애, 피부병 등을 호소하며 공장 폐쇄를 요구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주민 건강권이 우선이라며 ‘공영개발’ 카드를 꺼냈다. 제일산업개발 부지 4만4,000여㎡를 수용하고, 주변 개발제한구역(GB) 등을 풀어 모두 12만1,150㎡ 부지에 아파트(904가구)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주민들은 “아이들이 환경질환에서 해방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문제는 경기도와 안양시의 민원해결 방안에 직장에서 내몰린 근로자들을 위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제일산업은 이미 발암물질을 배출하는 혐오시설로 인식된 터라, 스스로 대체부지를 찾는 길도 막막할 수밖에 없다. 염중선 안양시 도시계획팀장은 “어디로 갈지는 기업이 결정할 문제”라며 “보상까지 3년간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그냥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근로자와의 상생방안 등이 빠진 것은 경기도와 안양시 등 관련기관의 뒷북대응이 자처했다는 시각이 많다. 시는 10여년 이어져온 고질민원을 방관하다 지난 7월에서야 1억3,000만원을 들여 이 지역 환경피해 실태조사에 착수, 내년 5월에나 그 결과를 발표한다. 6ㆍ13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의 요구에 떠밀린 조치였다. “공장은 이미 멈췄는데, 환경피해가 크다는 자료가 나오면 그건 누구 책임이냐”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법한 대목이다.

민원이 불거진 특정지역을 위해 공적자금 1,500억원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시비도 인다. 이런 사례가 처음인데다, 사업비를 댈 경기도시공사가 사업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표정도 읽힌다. 경기도시공사는 “GB를 풀어서 주택을 지으려면 일정비율 이상 임대아파트를 반드시 건설해야 한다”며 “수익성은 제로라는 말”이라고 했다.

유승호 경기도 도시개발팀장은 “대체부지, 근로자 생계대책 등은 이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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