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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갈 길 먼 ‘미투’ 현실 보여준 안희정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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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갈 길 먼 ‘미투’ 현실 보여준 안희정 무죄

입력
2018.08.14 16:21
수정
2018.08.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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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를 이용해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14일 선고공판에서 안 전 지사에게 적용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 등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결정을 내렸다. 미투와 관련해 나온 첫 번째 주요 판결에서 무죄 선고가 내려지면서 앞으로의 미투 운동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인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씨는 “끝까지 살아남아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고, 여성단체들은 “피해자에 대한 침묵을 강요한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업무상 위력의 행사 여부였다. 재판부는 우선 “피고인이 차기 유력 대권주자이자 도지사로 피해자의 임면권을 가진 것을 보면 위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안 전 지사와 김씨 사이가 위력 관계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사정을 고려할 때 안 전 지사가 어떤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하는 정황이나 구체적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이 그동안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 업무상 위력 여부를 다소 엄격하게 해석해 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업무상 위력에 대한 판단을 지나치게 엄격하고 좁게 해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력에 의한 간음의 경우 업무상 상하관계가 수반되고,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 피의자 쪽에서 화간이라 주장할 여지도 많기 때문에 피해자가 사실을 말하기 어려워한다. 이런 이유로 결국 진술증거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진술의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이 된다. 김씨는 “지사님 표정 하나 일그러진 것까지 맞춰야 하는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고, 피해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호소도 했다.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 성폭력의 핵심 문제는 힘의 차이와 기울어진 권력구조에 의한 폭력으로 지적됐다. 그런 점에서 재판부가 권력을 정점으로 강한 위계질서가 작동하는 정치 조직의 특성과 직업 공무원이 아닌 별정직 공무원이라는 점 등을 폭넓게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 ‘미투 운동’의 갈 길이 아직 멀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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