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판사 사찰 등 사법농단 사건 재판과 관련해 특별재판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특별재판부 설치 요구에 이어 국회에서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로 8월 초에 특별재판부 도입 특별법이 발의될 예정이다. 사법부 내부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선배 판사들이 법원 조직을 이용해 저지른 행위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재판부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린다 해도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5ㆍ16 쿠데타 직후 혁명재판소처럼 극히 예외적 상황에서 설치했던 특별재판부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이 사건이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등 사법부의 조직적 범죄 혐의를 같은 사법부 구성원이 심판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우선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박병대 전 처장, 임종헌 전 차장 등 간부들과 어떤 식으로든 연고가 있는 현직 판사들이 적지 않다. 게다가 재판에서는 사찰ㆍ탄압 대상으로 지목됐던 판사들까지 배제해야 하므로 사건 담당이 될 서울중앙지법의 현재 인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느냐는 고민이 생긴다.
무엇보다 현 상태로 재판이 진행될 경우 사법불신 해소는커녕 고착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면서도 기존법원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법원행정처 문건 파일 외에 검찰이 요구하는 컴퓨터 하드디스크, 인사ㆍ재판 자료, 내부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의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양 전 대법원장, 박 전 처장 등 핵심 관계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3차례나 기각됐다. 그런 판단이 법적으로 타당한지 여부를 떠나 “제 식구 봐주기”라는 국민 불신만 쌓여가는 상황이다.
사법농단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특별법원을 설치하고 자격을 갖춘 중립적인 외부 인사에 판결을 맡기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 경우 국회가 관련법을 제정해도 위헌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원 내에 특별재판부를 꾸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바닥에 떨어진 사법 불신을 해소하려면 재판부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는 것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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