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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래 ‘워킹맘래퍼’라는 신대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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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래 ‘워킹맘래퍼’라는 신대륙

입력
2018.07.20 04:40
수정
2018.07.20 19:1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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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새 앨범 ‘제미나이2’

육아ㆍ결혼 생활밀착형 랩 공감

“여성 래퍼로 21년 활동 비결은

솔직하게 소통한 덕분이죠”

윤미래는 “랩 할 때 천국에 온 것 같다”라고 했다. 윤미래는 그의 남편이자 래퍼인 타이거JK와 부부싸움을 랩 배틀로 하는 기분으로 신곡 ‘개같애’를 만들었다. 필굿뮤직 제공
윤미래는 “랩 할 때 천국에 온 것 같다”라고 했다. 윤미래는 그의 남편이자 래퍼인 타이거JK와 부부싸움을 랩 배틀로 하는 기분으로 신곡 ‘개같애’를 만들었다. 필굿뮤직 제공

“오빤 개같애. 맨날 술만 먹고 지랄”.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서 흔하게 나온 부부 싸움 장면이 아니다. 래퍼 윤미래(37)는 신곡 ‘개같애’에서 남편이자 래퍼인 타이거JK에 대한 푸념을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한국 힙합 역사의 큰 산맥으로 불리며 밖에선 추앙받는 타이거JK는 집에선 여느 남편처럼 천덕꾸러기다. “신혼 초 (남편이) 조립하다 말던 가구”는 애물단지가 됐는데 자존심 세우며 아내가 치우려고 하면 “건들지도 못하게”하고, “밤 되면 인터넷 게임”만 시작한단다.

아내의 짠내… 생활밀착형 랩

윤미래의 랩엔 결혼생활 11년째에 접어든 아내의 ‘짠내’가 가득하다. 그의 옷방은 “장난감 창고”가 됐다. 화려하게 무대를 누볐던 래퍼였지만 자신만의 공간은 사라졌고, 어느덧 초등학생 아들(조단ㆍ11)차지가 됐다. 그렇지만 윤미래에게 아들은 “행복을 주는 나무”(아들 별명을 따 만든 노래 ‘쿠키’)다.

‘엄마 래퍼’는 육아와 부부 생활 등 살림에서 랩을 긷는다. 윤미래는 최근 발매된 새 앨범 ‘제미나이(Gemini)2’에서 당당하게 “워킹맘의 객기”(노래 ‘랩 퀸’)를 보여준다. 흑인 음악의 고향인 미국뿐 아니라 한국 그 어느 여성 래퍼에게서도 듣기 어려웠던 서사다. “윤미래는 여성으로 살아가며 겪을 수밖에 없는 얘기를 강요하지 않고 생활밀착형 랩으로 공감대를 넓힌다”(박준우 음악평론가).

윤미래의 혼성그룹 업타운 활동 시절 모습. 1997년 데뷔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윤미래의 혼성그룹 업타운 활동 시절 모습. 1997년 데뷔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다문화가정, 기획사 부당 대우… 윤미래의 가시밭길

윤미래의 신작은 2002년 발매한 ‘제미나이’의 두 번째 이야기다. 무려 16년 만의 정규 앨범 발매다.

오랜 시간에 걸쳐 신작이 나오기까지 탈도 많았다. 윤미래ㆍ타이거JK 부부는 지인으로부터 수억 원대의 사기를 당했다. “무서워 피해 닫힌 맘속에 숨어”(노래 ‘노 그래비티’)버렸다는 윤미래의 랩처럼, 부부는 정신적 충격에 빠져 창작에 발목을 잡혔다.

윤미래의 음악 여정은 역경의 연속이었다.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검은색 피부의 소녀는 어려서 주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16세가 되던 1997년, 가수의 꿈을 이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혼성그룹 업타운 멤버로 활동하며 ‘다시 만나줘’ ‘내 안의 그대’ 등을 불러 스타덤에 올랐으나, 업계는 어린 가수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다.

윤미래는 “끊어진 전기(로) 꽁꽁 언 방구석에 베개를 꼭 껴안고 눈물을”(노래 ‘메모리즈...) 흘리기 일쑤였다. 다문화가정, 편부모, 연예기획사의 부당한 대우 등 윤미래는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살며 가시밭길을 걸었다. 그리고 이 역경을 모두 음악에 녹였다.

국적을 불문하고 여성 래퍼 대부분의 음악 생명은 길지 못하다. 하지만, 윤미래는 달랐다. 남성 위주의 흑인 음악 시장에 짓눌리지 않고 20여 년 동안 존재감을 보여줬다. 허세, 젊음을 대표하는 장르로 통했던 힙합의 언어에 연륜을 입히기도 했다. 윤미래는 힙합 시장의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깼다. 그 비결을 묻자 뻔하지만 진심어린 답이 돌아왔다.

“솔직한 게 답인 거 같아요. 그게 대중과 친해질 수 있는 길이고, 팬들은 제 음악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지난 1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윤미래가 공연하는 모습. 필굿뮤직 제공
지난 1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윤미래가 공연하는 모습. 필굿뮤직 제공

‘남성, 젊음’이라는 유리천장을 깨다

윤미래의 앨범 제목인 ‘제미나이’는 그리스 신화 속 상반된 성격의 쌍둥이 여신을 일컫는다. 랩뿐 아니라 리듬앤블루스(R&B)를 아우르는 윤미래와 묘하게 닮았다. 그의 랩은 강렬하지만, 노래는 감미롭다. 윤미래는 혼성그룹(업타운)과 여성 듀오(타샤니) 그리고 솔로(t) 활동으로 극과 극 매력을 보여줬다.

한국어 발음은 아쉽지만, 그의 리듬감은 독보적이란 평가다. 업타운의 리더 정연준은 “애초 업타운에 여성 멤버를 생각하지 않았으나 윤미래의 음색에 반해” 팀을 혼성그룹으로 꾸렸다. “(윤)미래가 열두 살 때였어요. 서울의 한 카페에서 카를로스 오디션을 보려는 데 미래가 따라 왔더라고요. 둘이 미군 부대의 외국인 학교 친구였거든요. 스피커에서 (미국 유명 R&B가수) 토니 브랙스턴의 노래가 나오는데 미래가 흥얼거리는 거예요. 소리가 좋아 바로 영입했죠. 특히 리듬감이 좋았거든요.”

윤미래는 새 앨범에 미처 싣지 못한 신곡이 꽤 있다. 그는 그 중 어떤 음악을 다음에 선보일까. “윤미래는 여성 래퍼를 품지 못한 한국 힙합신에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만큼 그의 새로운 작업은 시장에 큰 자극이 될 것”(김윤하 음악평론가)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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