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대화가 재개되고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북한의 시장 개방에 대비해 국내 보험업계가 단계적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19일 보험연구원의 안철경 선임연구위원과 정인영 연구원이 발표한 ‘북한 보험산업의 이해와 대응’ 보고서는 “북한 보험시장은 인구구조와 금융ㆍ경제발전 수준, 사회체제 등 측면에서 개혁ㆍ개방 시 성장잠재력이 높다”고 밝혔다. 북한의 보험은 국가가 전적으로 보험업을 독점해 관리, 운영하는 ‘국영보험’ 형태다. 나진, 선봉 등 일부 자유경제무역지대에만 관련법에 따라 외국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보험사업이 허용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개혁ㆍ개방이 되면 개인과 가계 중심의 보험산업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보험시장 규모는 자산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16년 기준 약 15억 달러로, 10년간 연평균 4.6%씩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생명보험 판매 비중이 전체 59.6%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농업보험, 재산보험, 기술보험 등 손해보험이었다. 베트남 등 다른 체제 전환 국가들처럼 북한도 처음에는 낙후된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손해보험 중심으로 보험시장이 형성되고, 이후 개인ㆍ가계의 구매력 향상과 정부의 저축유도 정책에 맞춰 생명보험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북한의 시장개방을 총 3단계로 구분하고 시기별 전략을 세웠다. 1단계는 북한의 보험시장이 개방되기 전까지 기간으로, 국내 보험사가 북한에 지점이나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북한의 보험회사와 업무제휴를 맺는 방식이다.
다음 단계는 부분적으로 시장개방이 이뤄졌을 때 자유경제구역에서 북한 보험사와 합영ㆍ합작회사를 만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독일의 경우 서독 알리안츠사가 통일 1년 전 동독의 국영 보험사 지분을 일부 흡수해 합작회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동독 보험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최종 3단계는 시장이 완전히 개방됐을 때 본격 현지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다. 보고서는 “현지법인 설립 등 단독투자를 통해 적극적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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