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달이 넘도록 후유증과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집안싸움만 계속해 공당의 자격마저 의심받고 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지도부의 일원인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자리를 고수하며 혁신비상대책위를 꾸리겠다고 나선 게 발단이지만, 지금 한국당 내에서 벌어지는 친박-비박, 잔류-복당파의 이전투구는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낯뜨겁다. 고작 6석의 의석을 가진 정의당 지지율(10%)이 113석의 한국당 지지율을 따라잡았다는 최근 여론조사는 한국당의 존폐를 묻는 국민의 엄중한 경고로 해석된다.
한국당 비대위 준비위는 갖가지 망신과 우여곡절 끝에 지난 주말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와 박찬종 전 의원 등 5명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압축, 16일 의원총회를 거쳐 17일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을 선출키로 했다. 하지만 초ㆍ재선과 중진을 두루 망라한 친박계는 비박계가 주도한 이 과정이 친박청산 음모라며 "철 지난 친박 구도에 기대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김 대행의 사퇴가 먼저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비박계와 김 대행의 태도도 단호하다. "과거 (친박 운운하며) 호가호위한 세력이 당 쇄신과 변화를 흔드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예정대로 당헌 당규에 따라 비대위 체제를 발족해 당을 재정비하겠다는 것이다. 계파싸움이 확장되다 보니 비대위원장 '내정설' '비토설'이 돌고 급기야 무용론에 이어 일부 후보가 거절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도 있다.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하고도 반성과 각오보다 밥그릇 싸움에 여념이 없는 70년 역사의 보수 야당을 보는 심정은 참담하다. 당장 갈라서거나 아예 해산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이럴 땐 통 크게 양보하며 명분을 쥐는 쪽이 항상 이겨왔음을 우리는 안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산다고 장담할 순 없으나 그런 쇼를 한번쯤 해야 눈길이라도 주지 않겠는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