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반박… 자료 확인없인 불가능
컴퓨터 복사땐 ‘공무상 기밀누설’
재판 거래 의혹 및 판사 사찰 등 의혹의 중심에 있는 임종헌(59ㆍ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 이번엔 공무상 기밀 유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와 관련해 임 전 차장이 구체적으로 반박했으나 자료를 소지하지 않고선 알기 어려운 내용이기 때문이다.
8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던 2015년 6월 4일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이정현 의원 면담 주요내용’ 파일에는 행정처 관계자가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자 친박(근혜)계 핵심인 이정현 의원을 만나 나눈 대화가 담겨 있다. 당시 행정처 관계자는 “창조경제에 사법부가 이바지하겠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만남을 요청했고, 이 의원은 “상고법원 추진을 돕겠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같은 달 12일 당시 행정처 기획심의관은 이 의원을 만나 사법부의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 언론이 해당 내용이 2015년 6월 12일 작성문건에 담겨 있다고 보도하자 임 전 차장은 대법원을 통해 “보도내용은 ‘(150612)이정현 의원님 면담결과 보고’ 파일 내용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해명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임 전 차장이 이 문건을 보유하고 있거나, 법원행정처 혹은 대법원 내부 관계자를 통해 문건에 보도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확인을 받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문건에 담긴 상고법원 추진을 대가로 한 사법부의 국회 로비 사실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임 전 차장이 해당 문건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 전 차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져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연수원 석좌교수 이인복 전 대법관을 진상조사위원장으로 임명한 지 나흘 뒤인 지난해 3월 19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때 조사 대상인 임 전 차장이 관련 문건을 자신의 컴퓨터에서 복사해 가져갔다면 공무상 기밀 누설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많은 업무 관련 보고와 문건이 오가는 업무 특성상 날짜까지 특정해 언급한 건 임 전 차장이 해당 문건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이를 문제 삼거나 조사하지 않았다면 ‘봐주기’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에 법원 측이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2016~2017년)이었던 고영한 대법관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제출을 거부해 논란이다. 대법원 측은 “8월 1일 퇴임하는 고 대법관의 하드디스크는 상당 기간 보존해 둘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검찰 측은 고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 재직 당시 컴퓨터 파일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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