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정치인과 수행비서로 모든 것을 공유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김지은(33)씨가 2일법정에서 재회했다. 지난 3월 5일 김씨가 안 전 지사 성폭력 사실을 폭로한 뒤 120일 만으로, 이번에는 피해자와 가해자 신분으로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됐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조병구)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의 비서 성추행 첫 번째 재판. 짙은 남색 정장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출석한 안 전지사는 피고인 출석과 주소, 직업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 간단히 답한 뒤 이후 40분 가량 눈을 감은 채로 재판에 임했고, 김씨가 자리한 방청석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반면 김씨는 방청석 맨 앞자리에 앉아 검찰과 변호인단의 말을 경청하거나 메모하는 등 집중한 모습을 보였다.
재판의 쟁점은 성관계가 ‘위력에 의한 것’인지 여부다. 검찰은 공소사실 요지를 통해 “’맥주’ ‘담배’ 등 기호품을 피고인이 있는 곳으로 가져오라고 한 뒤 범행을 저지르는 등 막강한 갑의 지위를 악용해 자신의 성적욕망을 피해자에게 채웠다”면서 “덫을 놓고 먹잇감을 기다리는 사냥꾼 같았다”고 맹공했다.
반면 안 전 지사 측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은 뉘우치고 있으며 어떠한 책임도 지겠으나 ‘형법상 위력’에 의해 성폭력 저질렀는지는 다른 문제”라며 “정치적, 사회적으로 지위를 가졌다는 그 자체가 위력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모든 정치인 밑에서 일하는 여성은 성적 자기결정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일하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또 김씨가 ‘학벌 좋은 스마트한 여성’임을 강조하며 “아동도, 장애인도 아니고 주체적이고 결단력 뛰어난 여성이 명백한 거절의사 밝히지 못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을 시작으로 7차례 심리를 걸친 뒤 8월 전에 1심 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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