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 압승에도 과반 미달 여당 불변
야당 협조 없이 개혁입법 추진 불가능
협치 통한 개혁 완성이 올바른 선택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 레이건의 승리로 루스벨트의 뉴딜로 상징되는 민주당 우위 체제가 깨지고 작은 정부를 내세운 공화당 우위가 생겨나는 1980년 선거 같은 역사적 전환의 주요 선거를 지칭하는 정치학 용어다. 6ㆍ13 지방선거는 여당 압승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 선거는 단순히 여당의 승리를 넘어 분단 이후 한국정치를 지배해온 반공주의, 87년 민주화 이후 우리를 옥죄어온 지역주의가 와해되기 시작한 역사적 선거, 즉 중대선거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충분히 그럴만하다. 그 점에서 극우 반공주의와 영남 지역주의를 자살골로 내부에서 와해시킨 역사적 공을 세운 박근혜, 그리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큰 상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축배는 아직 이르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어디로 튈지 누구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오만해져 적폐청산과 개혁, 탈헬조선 같은 시대적 과제를 외면할 경우 민심이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

주목할 것은 여당이 지방선거뿐 아니라 재보궐 선거에서도 압승해 정국 주도권을 잡았지만 여전히 개혁입법에 필요한 과반 의석에 훨씬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아니 단순 의석수만 문제가 아니다. 사실 현 정부의 뿌리인 노무현 정부는 탄핵 덕분에 2004년 총선에서 압승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개혁의 우군인 민주노동당도 10석을 차지했다. 이 같은 넉넉한 의석에도 불구, 노무현 정부는 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개혁 등 개혁법안들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이 같은 실패에 대해 노무현 정부가 너무 급진적 개혁을 추구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문재인 정부가 ‘온건개혁’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 같은 생각은 잘못이다. 당시 열린우리당 정책연구소가 인정했듯, 개혁 실패의 주된 원인은 노무현 정부와 여당이 정치력과 전략적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과반 의석을 갖지 못한 현 상황에서는 문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력과 전략적 사고능력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그 해답의 핵심은 협치다. 현 의석 분포를 고려할 때, 이번 선거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협치없이 시대적 과제인 개헌은 물론 개혁, 특히 개혁 입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나아가 우리의 오랜 승자 독식 정치의 폐해를 고려할 때 협치 그 자체가 중요한 개혁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외교, 대국민정치 등에서는 아주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유독 여의도 정치와 협치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이와 관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방선거 승리 후 “재임 중 연정 가능성은 0%”라고 강경 독자 노선을 피력한 것은 충격적이다. 협치 대신 높은 여론의 지지를 무기로 야당들을 압박해 개혁 입법을 추진하고 야당들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다음 총선에서 이들을 심판하고 압승을 거두어 그 이후에 개혁과 개헌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러나 다음 총선까지 2년을 낭비할 수는 없다. 그리고 다음 총선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와 추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은 잊지 말아야 한다. 현 정부의 뿌리인 촛불혁명과 박근혜 탄핵은 결코 더불어민주당 혼자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것은 정의당, 박지원 등의 민주평화당, 안철수와 유승민의 바른미래당, 나아가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다. 이 점에서 촛불연정과 협치는 당연히 문재인정부가 수행했어야 할 시대적 과제였고 지금도 과제다. 사회과학에 ‘경로의존성’이란 말이 있다. 갈림길에서 어떤 길을 택하면 그 선택이 이후의 길을 크게 좌우한다는 것이다. 만일 문재인 정부가 정권 초기에 촛불연정을 택했다면 개혁 입법은 지금보다 훨씬 많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나아가 보수세력 개혁을 위해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국회 3분의 2 의석이 넘는 촛불연정에 의한 개헌도 가능했을 것이다. 역사를 되돌릴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강조하지만, 협치없이 개혁 없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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