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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도 흑인노예나 여성처럼 언젠가 법적 권리 가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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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도 흑인노예나 여성처럼 언젠가 법적 권리 가질 것”

입력
2018.06.30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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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과 사람이야기] 동물권 위해 일하는 변호사 스티븐 와이즈 인터뷰 

 연구목적 등으로 갇혀 지내는 

 침팬치 대상 인신보호영장소송 

 

 "법적의무 수행 능력 없다" 

 뉴욕법원, 인신보호영장 기각 

 

 "흑인노예도 오랫동안 기본권 투쟁 비인간 동물 권리확보 노력 지속" 

스티븐 와이즈 변호사는 2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비인간동물들의 권리가 주목 받지 못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비인간동물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시민단체와 사람들이 그들을 위한 소송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넌휴먼 라이츠 프로젝트(NhrP) 제공
스티븐 와이즈 변호사는 2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비인간동물들의 권리가 주목 받지 못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비인간동물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시민단체와 사람들이 그들을 위한 소송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넌휴먼 라이츠 프로젝트(NhrP) 제공

지난해 수화로 사람과 의사소통을 했던 오랑우탄 ‘찬텍’이 사망한 데 이어 이달 초 말하는 고릴라로 알려진 서부로런드고릴라 ‘코코’도 세상을 떠났다. 찬텍은 도구를 제작해 사용하고 식당에 가는 길을 기억했으며, 코코는 약 2,000개의 단어를 구사할 줄 알았다. 찬텍과 코코를 비롯한 연구에 동원된 유인원들은 언어나 자의식 등이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유인원, 코끼리, 범고래와 같이 복합적 인지능력이 있고 자율성이 있는 동물들은 ‘물건’이 아닌 자율적 존재로서 기본적인 법적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넌휴먼 라이츠 프로젝트(비인간권리프로젝트ㆍNhRP)’를 이끄는 스티븐 와이즈 변호사다. 그는 미 하버드 로스쿨과 스탠퍼드 로스쿨 등에서 동물권 법학을 강의하면서 30년 이상 동물을 위한 소송을 해왔다. 국내에서는 2016년 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된 침팬지 소송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철장을 열고’를 통해 알려졌다.

와이즈 변호사는 29일 한국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오늘날 법원은 법인격(legal personhood)을 제한함으로써 아무리 인지구조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비인간동물에게는 법적 권리 부여를 거부하고 있다”며 “자율성이 있는 비인간 동물에게는 인신보호영장 청구를 통해 신체적인 자유를 가질 기본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침팬지의 법적권리를 위한 소송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철장을 열고'에서 스티븐 와이즈 변호사가 침팬지 테코를 안아보고 있다. 넌휴먼라이츠프로젝트(NhrP) 제공.
침팬지의 법적권리를 위한 소송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철장을 열고'에서 스티븐 와이즈 변호사가 침팬지 테코를 안아보고 있다. 넌휴먼라이츠프로젝트(NhrP) 제공.

와이즈 변호사는 2013년 뉴욕 주의 개인이 소유하던 침팬지 ‘토미’와 ‘키코’를 비롯해 대학교에서 연구 목적으로 갇혀 지내는 침팬지 ‘허큘리스’와 ‘리오’를 대상으로 인신보호영장을 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금까지 패소했다.

불법구금에 대해 청구하는 인신보호영장이란 영미법에 근거한 것으로, 발부되면 피구금자를 석방할 수 있는 제도다. NhrP는 침팬지에 대해 인신보호영장이 발부되면 동물원이나 개인 소유 등 자율성이 존중되지 않는 공간에서 침팬지들을 석방시킬 수 있고, 당장 야생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어도 유인원보호소 등 더 자율성이 보장되는 공간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고 본다.

뉴욕 법원은 현행법상 인신보호영장의 발급 대상이 ‘인간’으로 정의되어 있진 않지만 인간의 권리와 의무를 가진 실체로 보며, 침팬지들이 법적 의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인신보호영장을 기각했다. 또 영장을 기각한다고 해서 이들을 무방비 상태로 두자는 것은 아니라며 동물 복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와이즈 변호사는 “알츠하이머 환자나 어린이는 의무와 책임을 수행할 수 없어도 법적 권리를 갖는다”며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꼭 책임을 져야 할 필요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동물복지 규제는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고 이용하는 방식을 규제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다큐멘터리 '철장을 열고' 속에서 뉴욕 주의 한 동물원에서 살던 침팬지 '멀린'이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NhrP 제공
다큐멘터리 '철장을 열고' 속에서 뉴욕 주의 한 동물원에서 살던 침팬지 '멀린'이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NhrP 제공

물론 와이즈 변호사 역시 동물의 법적 권리 인정을 위한 투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과학적 발견과 도덕 개념의 진화, 공공정책의 변화 등에 기반에 법 제도의 변화를 요구할 경우 초기에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흑인노예, 여성, 어린이, 동성애자 등이 법적 인격과 권리를 보장받는 데는 길고도 힘든 투쟁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철장을 열고' 에서 보노보인 '칸지'가 기억력 테스트를 하고 있다. NhrP제공.
다큐멘터리 '철장을 열고' 에서 보노보인 '칸지'가 기억력 테스트를 하고 있다. NhrP제공.

와이즈 변호사가 침팬지가 자율적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침팬지가 내일도 자신이 철장에 갇혀있을 것을 아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패소를 거듭했지만 그는 지난 5월 뉴욕 대법원 판사가 처음으로 재판의 정당성을 일부 인정하는 의견을 제시한 것을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판사는 침팬지가 인간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는지에 대한 접근보다 인신보호영장에 의해 보호받을 자유권이 있는지에 주목했고, 침팬지도 존중 받을 권리가 있는 내재적 가치가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판사가 ‘침팬지의 자유권은 심오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며, 침팬지가 사람인지 아닌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는 의견을 냈는데, 정말 놀랍다”고 평가했다.

와이즈 변호사는 “앞으로 비인간 동물이 신체적 자유와 신체적 완전성에 대한 기본적 권리를 갖도록 비인간 동물도 자율성이 있다는 점을 법정에서 증명할 것”이라며 “미국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 13개 국가의 변호사들과 함께 비인간 동물의 권리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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