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 굿.”
오후 8시 22분(한국시간 오후 9시 22분) 싱가포르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한 에어포스원에서 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관련 느낌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매우 좋다”고 대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세기의 담판을 지을 역사적 장소에 도착해 내뱉은 일성이었다. 짧지만 굵은 한마디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기대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러나 장장 21시간의 비행 탓인지 트럼프 대통령의 표정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트랩에서 내려오는 그의 발걸음은 지쳐 보였고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영접 나온 싱가포르 정부 인사들과 도착 30분 전부터 대기를 하고 있던 각국의 취재진을 향해 이따금씩 손을 흔들었을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싱가포르에 도착하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8일 오전 워싱턴을 떠나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했고, 일정을 끝까지 마치지 않은 채 9일 오전 싱가포르로 출발했다. 도중에 중간급유를 위해 그리스 크레타 섬에 기착한 시간까지 합치면 하루 가까이 비행기 안에 머물렀던 셈이다. AF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 모두 기내에서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기 중이던 전용차량 ‘캐딜락원’에 탑승해 샹그릴라 호텔로 곧장 이동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30분 뒤인 오후 8시 50분(한국 시간 오후 9시 50분)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에서 볼 수 있었다. 호텔 건물 주변에는 싱가포르 시민들이 성조기를 들고 나와 환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에는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면담을 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일정을 잡아두지 않았다.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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