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국 존재감 국제사회에 각인
기념품 등 출시로 경제효과 기대
회담장 센토사섬 대포엔 꽃다발 꽂혀
미디어센터 방문한 리셴룽 총리
“회담 비용 161억원 우리가 부담”
10일 싱가포르는 북미 정상의 역사적 만남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이날 양국 정상이 동시에 입국하면서 경호도 한층 삼엄해져 긴장감도 잔뜩 흘렀다.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이 위치한 센토사 섬은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로 채워졌다. 섬 서쪽 끝 실로소 요새에 있는 대포에는 포구마다 꽃다발이 꽂혔고, 주변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가 놓였다. ‘평화와 고요’를 의미하는 센토사 섬에서 또 다른 평화가 태동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시민들 자부심도 한껏 고조된 듯 했다. 회담 개최지로 선정되며 중립국으로서 존재감이 국제사회에 더욱 명확하게 각인된 것은 물론, 평화를 지향하는 국가라는 긍정적 이미지까지 구축한 것이 한몫 했다. 택시 운전사 종펀신씨는 “(회담이 열리면서) 싱가포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회담)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싱가포르의) 좋은 기운이 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직간접적 경제 효과도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듯 현지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테마로 한 기념품, 음식 등이 앞다퉈 출시됐다. 북미 국기가 장식된 햄버거, 두 정상의 얼굴이 그려진 커피 등이다.
북미 정상의 입국일인 이날 숙소와 회담장을 비롯, 주변 도로의 통제는 한층 강화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각 머물 세인트 리지스, 샹그릴라 호텔을 비롯해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 주변 도로에는 터널 형태로 된 임시 검문소가 설치됐다. 차량 통제용 콘크리트 블록도 도로 곳곳에 놓였다.
호텔 로비엔 가로 수십 미터 길이의 대형 가림막이 설치됐다. 호텔로 드나드는 사람을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용도로 추정된다. 내부에는 신체 및 소지품 검사를 위한 금속 탐지기와 엑스레이 검색대가 배치됐다. 추가로 설치된 폐쇄회로(CC)TV도 있었다. 호텔 관계자 일부는 서로 눈짓을 주고 받으며 방문객을 따라다니며 감시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당국은 내외신 취재진을 위한 인터내셔널미디어센터(IMC)를 포뮬러원(F1) 피트 건물에 마련, 이날 운영을 시작했다.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일부 취재진은 정식 오픈(오전 10시)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고, 테이블 위에 회사 이름을 적은 종이 등을 붙여 두는 등 ‘자리 맡기’ 전쟁도 있었다.
이날 센터를 찾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현지 언론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역사적 회담 개최에 2,000만달러(161억원)가 소요될 것”이라며 “우리가 비용을 기꺼이 부담하겠다”고 했다. 방문 당시 리 총리가 한때 기자들에 둘러싸여 한 발도 움직이지 못하는 돌발 상황도 발생했다. IMC 관계자는 “총리의 센터 방문은 그만큼 정부가 (회담에) 많은 관심을 쏟고,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센터 측은 “2,500명 이상이 센터를 찾았고, 그 중 80%가 외신 기자”라며 “일본, 한국, 미국 기자들의 비중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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