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담배보다 냄새 덜한데…
“담배 냄새 덜하다는 이유로
인체에 덜 유해한 건 아냐”
타르는 되레 더 많이 검출
“담배에 타르 함유량만으로
유해물질 많다 적다 할 수 없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이코스, 릴,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물질 함유량을 분석해 지난 7일 발표했지만 유해성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타르가 일반 담배보다 더 많이 나왔고, 1군 발암물질도 5종이나 검출됐다며 “궐련형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점유율 1위인 아이코스를 판매하는 한국필립모리스 측이 식약처 분석 결과를 정면 반박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쟁점에 대한 정부와 전문가, 업계의 입장을 문답식으로 풀어봤다.
_‘일반담배보다 타르가 더 많이 검출됐다’는 것을 두고 해석이 상반된다. 한국필립모리스 등은 타르 함유량이 많다는 것 만으로는 유해성을 따질 수 없다는 입장인데.
“일부는 사실이다. 식약처에서 발표한 타르(TarㆍTotal Aerosol Residue)는 담배 배출물 중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나머지 물질의 복합체를 뜻하며 흔히 생각하는 검고 끈적한 석탄 유래물과는 무관하다. 그러므로 담배에 타르 함유량이 많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유해물질이 많거나 적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식약처는 일반담배의 타르에 발암물질 70여종을 비롯한 유해물질 7,000여종이 있고 이번 조사에서 그중 일부가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궐련형 전자담배 타르에도 다른 유해물질이 더 포함되어 있으리라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한국필립모리스는 자체 연구 결과 아이코스에서 나오는 타르의 대부분이 보습제로 넣은, 인체에 무해한 글리세린 성분인 것으로 나왔다고 반박한다.”
_궐련형 전자담배에도 1군 발암물질 5종이 검출됐다지만, 일반담배와 비교해 0.3%(벤젠)~ 26.4%(니트로소메틸아미노피리딜부타논) 수준으로 적다고 한다. 그럼 덜 유해한 것 아닌가.
“정부는 그렇게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담배에 든 유해물질은 흡입량에 따라 인체 위해도가 일정한 비율로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임상 전문가들은 말한다. 담배 한 개비를 피워도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9배 올라간다는 연구결과처럼 미량에만 노출되어도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반담배에 함유된 유해물질 7,000여종 가운데 이번 시험에서 함유 여부를 확인한 물질이 11개에 불과해 앞으로 조사 대상 물질을 넓히면 일반담배보다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하지만 동일한 흡연 습관에 따라 동일한 양을 흡연한다면 발암물질이 많이 함유된 것이 더 유해할 수밖에 없다는 반박도 많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이 ‘유해물질 감소가 유해성을 줄이는 가장 기본이 되는 조건이기 때문에 함유량이 적은 것은 유의미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논리다.”
_궐련형 전자담배 중에서는 어떤 제품이 가장 덜 나쁜가.
“니코틴과 타르 함유량은 ‘아이코스(필립모리스), 릴(KT&G), 글로(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순으로 많았다. 발암물질도 물질 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순서를 보였다. 하지만 이 역시 유해물질 함유량이 다소 적다고 유해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_비흡연자들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간접 흡연 유발 여부에 관심이 높다.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니코틴, 타르, 발암물질 등이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고, 이런 물질을 100% 흡연자가 삼킬 수 없는 만큼 일부는 대기로 흩어져 주변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식약처 등은 설명한다. 반면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아이코스는 궐련과 달리 생연기(부류연)가 나오지 않고, 자체 시험 결과에서도 실내 공기 오염 영향이 거의 없었다고 주장한다.”
_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들은 ‘일반담배보다 냄새도 덜 나고 피우고 나서도 몸이 가볍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거 ‘솔’ 담배보다 요즘 일반담배가 훨씬 목넘김이 좋고 가래도 덜 생기는 것처럼 궐련형 전자담배도 잎을 가공하고 첨가제를 넣어 흡연감을 일부 개선했을 가능성이 있다. 냄새가 덜 난다는 이유 등만으로 인체에 덜 유해하다는 신호로 확신하기는 어렵다.”
_식약처 분석 결과에 대해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 또한 일반적 담배의 범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담배회사들의 입장에 온도 차가 있는데.
“KT&G는 한국필립모리스나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보다 사업에서 일반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커 ‘궐련형 전자담배는 좋고, 일반담배는 나쁘다’는 식의 홍보에 부담을 느낀다고 봐야 한다. 또 과거 공기업으로 여전히 정부의 간접적 관리 하에 있어 정부와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도움말 주신 분(가나다 순)
김장열 식약처 소비자위해예방국장, 임민경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 조홍준 울산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최지현 한국필립모리스 기업커뮤니케이션부서 차장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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