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
KDI 고용영향 보고서 연일 비판
“외국 사례 인용은 어이없는 실수”
총회 연설장에 앉은 노ㆍ정 냉랭
양대 노총, 정부 개정안 성토
김영주 장관은 언급 아예 피해
국내 최저임금 갈등이 국제노동기구(ILO) 총회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 안팎을 뜨겁게 달궜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위축을 불러온다’는 재계와 정부 일각의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최저임금 삭감법’이라는 노동계의 산입범위 개편을 둘러싼 반발까지 가세하고 있는 최저임금 공방은 ILO 총회장에서 더 달아오른 모습이다.
‘제네바 최저임금 난타전’의 불씨를 당긴 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이다. 이 국장은 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용노동부 출입기자단과 만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진짜 아무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가 미국 등의 추정치를 인용한 부정확하고 편의적인 결과물”이라고 적은 데 이어 거듭 KDI를 향해 날을 세운 것이다. KDI 보고서는 향후 최저임금을 15.3%씩 올리면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 국장은 “최저임금의 실제 고용효과 분석은 시장구조나 국가마다 다르기 굉장히 어려운 것 중의 하나”라며 “이 때문에 최저임금을 연구할 때 다른 나라의 사례(최저임금과 고용률의 상관관계 분석)를 인용하는 것을 피해야 하는데 KDI는 그런 면에서 참 어이없는 실수를 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국장은 최저임금을 노동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에서 최저임금은 중요한 부분이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최저임금 문제가 꼬이고 또 꼬인 이유 중 하나는 경제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려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기업ㆍ중소기업 격차, 노동과 자본 간 소득분배 등 시장구조 개선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ILO 총회 연설장의 한국 대표부 좌석에 나란히 앉은 노ㆍ정 사이에서도 최저임금 갈등으로 인한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5일(현지시간) 한국 노동계를 대표한 기조연설에서 “문재인정부의 집권여당이 주도하여 대기업을 포함한 사용자 진영을 달래기 위하여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는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며 “민주노총은 더 큰 힘을 모아 최저임금 삭감법을 반드시 폐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양대 노총은 전날(4일)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과 면담을 갖고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 정부의 노동정책에 관한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반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논란에 대해 아예 언급을 피했다. 김 위원장보다 앞선 연설에서 김 장관은 거점형 공공 직장어린이집 신설, 직장 내 성희롱 조치 등 문재인 정부의 성 평등 관련 정책만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ILO 총회 연설에서 최저임금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김 장관은 장관 자격이 없다”며 “집에 불이 났는데 집 주인이 화재의 원인을 찾고, 불을 끄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참 좋은 집에 살고 있다고 자랑만 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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